[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 참석을 거부하며 사직한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 자리에 여권의 공수처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돼 온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3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윤 총장 징계위는 4일 열린다. 징계위가 열리면 윤 총장 해임 결론이 유력한 만큼, 이번 인사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 변호사가 차기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된 사실을 알렸다. 고 전 차관 사표가 수리된 지 하루만에 이뤄진 신속 인사다. 이 내정자는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한 부장판사 출신으로 변호사로 일하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검사화’ 방침에 따라 최초로 비검사 출신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올해 4월까지 일했다. 그는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장관 아래서 법무·검찰 개혁에 앞장섰고, 공수처 출범 준비팀장도 맡았다. 윤 총장 징계를 주도하기에 충분한 이력이다.
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 같은 이력에 주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전날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을 독대한 목적에 대해 “징계위원장을 해 줄 법무부 차관이 공석이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고를 하고 차관 인사에 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4일 예정된 법무부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내려지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윤 총장을 정리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전날 법원의 직무정지 집행정지 명령으로 직무에 복귀한 윤 총장은 며칠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된다.
야권에서도 이를 예견하는 분위기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후임 법무부 차관을 급하게 임명한다면 윤석열 찍어내기의 몸통이 대통령 자신임을 실토하는 것”이라며 국민적 저항을 경고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행여 총장을 해임하고 장관을 유임한다면 국민이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