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혁 없는 ‘안정’에 초점 둔 인사…기존 변화 없이 일부 부문장 사장 승진
새롭게 합류한 신임 사장,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 반영…작년엔 품질에 초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를 2일 발표한 가운데, 사실상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안정 속 쇄신’을 표방하고 있지만, 일부 부사장 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선에서 그치는 등 변혁이라 할 만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재용 체제 1기가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들은 모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선임된 인물들로 기존부터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해온 이들과 새로운 시대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발맞출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과 정현호 사업지원 TF 사장은 2017년 사장으로 임명돼 지난해 말 연임이 결정됐고, 올해도 살아남았다. 또 DS부문장을 맡은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해 CE부문장인 김현석 사장, IM부문장인 고동진 사장은 지난 2018년 대표이사로 임명돼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이번 유임으로 사실상 등기임원 역시 3년간 연임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사장단이 변혁이 없다는 것은 대부분 면면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태문 무선사업부 사장과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최윤호 경영지원실 사장, 이인용 CR담당 사장은 지난해 선임 이후 자리를 지켰고, 이번에 새롭게 사장단에 합류한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은 이미 기존에 부사장으로 사업부장을 영위하고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이번 사장단이 이재용 회장 체제 1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부회장은 60세가 넘는 대표이사 3인방을 유임하면서, 새로운 사장단에 50대 사장을 내세워 신구 조화를 이뤘다.
이들 사장단 인사의 특징은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했던 품질, 연구개발과 더불어 성과 위주의 인사라는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인사는 품질과 연구개발 부문의 인사들이 사장단에 대거 합류하면서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삼성전자의 품질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초격차 전략을 중요시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색채가 고스란히 담긴 인사였다.
그러나 올해는 철저한 성과 위주의 인사가 반영됐다. 반도체 부문의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반도체 실적의 턴어라운드를 실현하며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또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은 생활가전사업부 최초의 사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과거 한때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성과가 나오지 않아 직원들마저 기피하는 부서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생활가전사업부의 성적은 그야말로 어닝서프라이즈였다. 또 파운드리사업부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을 선포한 만큼 파운드리 공정개발과 제조 전문가가 필요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인사는 지난 11월 말 있었던 LG그룹의 인사와 비슷한 양상이다. LG그룹이 부회장단 등 구광모 회장 측근의 핵심 인사를 제외한 임원 인사의 경우 대폭 젊은 세대로 물갈이에 나섰던 만큼, 삼성전자도 사장단 인사 이후 있을 임원 인사에서 대대적 변화를 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주의 인사와 함께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이끌 세대교체 인사를 실현한 것”이라며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하고, 혁신과 성장을 위한 과감한 쇄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