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보장 축소’ 갑작스런 연기…오락가락 정책으로 혼란
손보노조 “보장축소 강행시 총파업 불사”…막판 뒤집기 나서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금융위원회와 손해보험업계가 3년여간 이어온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의 보장한도 축소를 놓고 막판 혈전을 벌이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이란 실제 들어간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으로, 현재 치료비를 ‘100% 보장’하는 상품은 손보사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위는 지난달 22일 “재해시 의료비 전액을 보상해주는 손보사의 실손보험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악화를 초래한다”며 “7월 20일부터 보장한도를 100%에서 90%로 축소∙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7일 규제개혁위원회가 손보업계의 상품 개발을 위한 준비기간 부족을 이유로 금융위에 새로운 관리∙감독안의 적용시점을 2~4주 가량 늦출 것을 권고하면서 당분간 실손보험 축소 시행시기가 지연되게 됐다. 규개위의 이 같은 권고결정에 대해 그간 실손보험 보장축소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오던 손보업계는 우선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책시행시기가 당초보다 늦어짐에 따라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자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보험업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실손보험 축소 논란은 2006년 7월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가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현재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는 국민이라면 재해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약 56%의 치료비를 지원 받게 된다. 그런데 의료기관 이용시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을 100% 보장하는 실손보험 상품이 의료 이용량을 증가시켜, 건강보험의 재정과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게 복지부의 규제 필요성에 대한 이유였다.규개위 권고로 시행시기 내달로 연기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실증 분석결과, “2007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이 의료이용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이에 따른 논란은 흐지부지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생보업계에서 80% 보장하는 실손보험을 시판하게 되면서 지난 6월 정부가 전격적으로 손보사와 생보사의 중간인 ‘90%’로 매듭을 지었던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손보업계는 한도 축소로 인해 실손보험 판매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정부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보사가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의 실손보험 보상한도는 80%로 제한돼 손보사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차별성이 사라지면 조직이 크고 탄탄한 생보업계에 밀리게 될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또 손보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 중 실손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해 보장축소 방안은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게 손보업계측 주장이다.“정책 미숙탓” 지적도 제기
이렇게 보험업계 내부에서 명암이 극명하게 나뉜 가운데 정작 혼란스러운 것은 소비자들이다. 현재 상태로는 새로운 정책이 시행되기 전 서둘러 100% 보장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나은지, 보장한도와 함께 보험료가 내려가는 것을 지켜본 후에 가입하는 것이 나은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금융위는 보상축소 정책이 시행될 경우 보험료가 현재보다 약 20%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손보사들이 “결정된 것이 없다”며 인하폭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정작 보험에 가입하려던 소비자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책당국의 설익은 정책결정으로 소비자와 관련업계의 영업일선에 혼선만 부추기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