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래…“내 아이는 행복할까?”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다가올 위기에 대한 경고를 표현할 때 자주 인용되는 관용구로 ‘탄광 속의 카나리아(Canary in a Coal Mine)’라는 말이 있다.사람보다 메탄 등 독가스에 예민한 카나리아가 죽는 것을 보면서 광부들이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이야기이다.탄광에 카나리아를 데리고 들어가던 시절 일부 탄광주인들이 카나리아 때문에 광부들이 더 불안해한다며 카나리아 반입을 제지했다는 이야기는, 사람이 바로 옆에서 줄줄이 죽어나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세계 최다 자살국가’이자 ‘세계 최저 출산국가’ 대한민국을 연상시킨다.최근 발표된 OECD 주요국 행복지수를 보면 대한민국은 안전(10점 만점에 9.1)과 교육(7.9), 시민참여(7.5)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반면 공동체(1.6), 소득(2.1), 삶의 만족도(4.2), 건강(4.9), 일과 생활의 균형·고용·환경(각각 5.3)에서 불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처방도 가능한 법. 매일일보는 창간 7주년을 맞아 ‘2013년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세대별 주요 복지이슈를 짚어보고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의 장을 펼쳐보았다.
※편집자주
먹고살기 빠듯하니 ‘연예·결혼·출산’ 포기
세계최저 출산률…1층 아래 지하층도 있다
연예·결혼·출산 포기…3포 세대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2월 20~30대 성인남녀 21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중 포기한 것이 있습니까?”라는 설문 결과를 보면 42.3%가 ‘있다’는 응답을 내놓았다.직업별로 살펴보면 ‘구직자’의 61.4%, ‘대학(원)생’의 47.5%, ‘직장인’의 45.9%가 ‘있다’는 응답을 내놓았는데, 특히 직장인 중 현재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면서도 ‘삼포세대’에 속한다고 답한 비율이 33.3%나 되었다는 점은 더욱 눈길을 끈다.특히 포기 시점으로 ‘직장을 다닐 때’(33.7%)가 가장 많았던 것(취업 준비시 28.1%, 결혼 준비 및 이후 20.3%, 대학 재학시 12%, 학창시절 및 그 이전 6%)은 의미심장하다. 직장생활과 연애·결혼·출산을 병행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가 드러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삼포세대가 된 이유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53.5%,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웬만큼 돈을 모아도 힘들어서’(42.1%), ‘집안에 가진 돈이 적어서’(36.4%), ‘취업이 늦어져서’(33.1%), ‘연봉이 너무 적어서’(32.1%), ‘현재 빚이 많아서’(16.8%) 등의 답변이 있었다.포기한 것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 금액을 묻는 질문에는 ‘1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2.6%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3000만~4000만원 미만’(9.7%), ‘5000만~6000만원 미만’(8.5%), ‘4000만~5000만원 미만’(8.4%) 등이 이어서 평균 6042만원으로 집계됐다.“돈 없어서 결혼도 못해요”
전체 응답자들이 포기한 것으로는 ‘결혼’이 가장 많은 51.5%(복수응답)였고, ‘연애’(49.1%), ‘출산’(39.6%)이 뒤를 이었다. 연애를 해야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해야 출산을 하게 되는 구조를 생각하면 출산은 포기여부를 선택할 수도 없어서인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해 통계청이 지난 5월 27일 발표한 ‘3월 인구동향 및 4월 국내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혼인 건수 감소’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세계에서 가장 출산률이 낮은 편인 우리나라가 ‘초 저출산 국가’로 진입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출생아는 3만8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2% 감소했다. 이는 출생아수가 -12.1% 감소한 2011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1분기 출생아 수는 12만500명으로 전년보다 6.4% 줄었다.이는 ‘흑룡해’라는 2012년에 일시적으로 혼인과 출산이 몰렸던 것과 함께 출생의 선행지표가 되는 혼인 건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월 혼인건수는 2만36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00건 줄었다. 혼인 적령기의 남성(30~34세)과 여성(27~31세)도 감소했다.청년은 놀고 노인은 일하는 시대
한편 4월 국내 이동자 수는 62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0명(-0.2%) 줄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인 인구이동률은 1.25%로 지난해 4월 대비 0.01%포인트 낮아졌다. 통계청은 이같은 인구이동률 감소 원인으로 20대 후반의 취업 부진 등을 들었다.청년실업과 관련해 지난 1월에는 우리나라에 취업자 통계가 시작된 1963년 이래 처음 보는 현상이 등장해 눈길을 끈 바 있다. 60세 이상 ‘일하는 할아버지’ 숫자가 손자뻘인 20대 남자 보다 많아지고, 50대 여성의 취업자 수는 딸뻘인 30대를 앞지른 것이다.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취업자 비중의 연령별 순위를 살펴보면 40대(27.3%)-30대(25.3%)-50대(22.2%)-60세 이상(12.5%)-20대(12.0%)-10대(0.7%) 순으로 나타났다. 10대의 대부분이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0대가 취업자 비중에서 꼴찌를 기록한 셈이다.청년 취업자 감소에는 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을 줄여온 가운데 대학과 첫 직장이 인생 전체 행로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인 한국 특유의 취업시장 구조에서 경기 침체로 첫 직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20대가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반면 60세 이상의 경우, 기대여명이 늘어난 반면 저금리 현상 장기화에 따라 저축자산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가 어렵고 사회안전망도 미비함에 따라 은퇴 이후에도 생계비 마련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것이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자살하는 대한민국
IMF 이후 10년 만에 자살률 2배 급증 “왜?”
‘자살 자체대책’ 넘어선 근본적 ‘자살예방대책’ 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세대별 자살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79년~1992년에 태어난 이른바 ‘에코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의 자살률이 비싼 등록금, 취업난, 생활고 등의 영향으로 불과 10년 새 5배나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우리나라의 자살급증원인과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이상영 연구원외)은 “자살은 ‘삶의 만족도에 대한 개인의 최종평가’로 볼 수 있다”고 정의했다.실제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증가세에 들어선 것은 20년이 넘었지만 급격한 증가는 1997년 국가부도 사태로 고용안정과 더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이후부터로 분석된다.정부 발표에 따르면 1999년 10만명 당 15명이던 자살률은 2009년 31명으로 10년 사이에 두 배로 뛰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01~2011년 세대별 사망원인통계를 봐도 ‘자살’은 전 연령층에 걸쳐 주요 사망원인이며 특히 20대~40대에 걸쳐 사망원인 1~2위를 기록하고 있다.한국을 제외하고 지난 20년간 자살률이 증가한 국가는 일본, 폴란드 등 소수 국가에 불과하며 그나마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 국가의 자살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심각성이 점점 더 커지면서 보건복지부가 2004년 12월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 수립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범정부적 자살예방 대책 수립 추진, 2008년 민·관 합동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9-2013) 시행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이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이 ‘자살대책’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살을 늘어나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원인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인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자살의 증가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불행한 한국인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6개 주요국의 주거·소득·고용·공동체·교육·환경·시민참여·일과 생활의 균형·건강·삶의 만족도·안전 등 11개 생활영역을 반영하는 지표를 토대로 산출해 5월 28일 발표한 행복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27위를 기록했다.
우선 우리나라는 노동시간 통계에서 주말·휴일근무를 아예 제외하고 있고, 수당 없는 비공식 시간외 근무의 경우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데다, 결정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 주당 68시간(주중 40시간, 연장 12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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