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플랜’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접수
사측 “2천억원 현금 소진” vs 노조 “이윤 극대화 술수”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노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회사의 위기 극복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노조가 희망퇴직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만 매달리고 있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 임금을 20% 삭감한 데 이어 ‘서바이벌 플랜’으로 이달 말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사측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2012년 8월 이후 8년여 만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초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종료로 심각한 생산·수출절벽을 겪었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 6종의 신차를 출시했지만 9만5939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내부적으로 목표했던 10만대 판매 달성에 실패했다.
이에 회사는 프랑스 르노그룹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르노그룹은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수익성을 강화해야 하는 지역으로 지정했다. 르노그룹은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다. 르놀루션에서 한국과 함께 수익성 개선 지역으로 언급된 라틴 아메리카 지역 브라질의 경우 이미 1300여명을 감원하고 신입사원 임금의 20%를 삭감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최근 임직원 집으로 편지를 보내 “지난해 회사의 실적이 2012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지난 한 해 동안에만 회사가 보유한 2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소진됐다”며 희망퇴직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과감한 비용 절감에 대한 절박함이 커지고 있다”며 “르노그룹 내 공장 간 제조원가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새로운 차종과 추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조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사측의 호소에도 노사 간 갈등은 장기화 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가량 임단협 6차 본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본교섭에는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방문해 위기 극복을 위해 임단협을 빨리 마무리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조 측은 고용안정, 기본급 인상, 노동 강도 완화 등 기존 입장을 사측에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조는 사측의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술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공장 영업이익률 평균은 르노그룹의 2023년 목표치의 두 배, 2025년까지 그룹 목표치보다 상회하고 있다”며 “수년간 엄청난 수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단 한 번의 적자로 인해 직원을 사지로 모는 것은 직원들을 단순 소모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이미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은 노조는 당장 파업에 나서지 않지만 향후 사측의 대응 상황을 보고 구체적인 지침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 되는 동안 회사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신차 출시가 적었던 르노삼성은 올해 초부터 부진한 판매 실적을 보이며 수입차 브랜드에게 밀려났다. 지난달 3534대를 판매하며 국내 승용차 판매 7위에 그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르노삼성의 뚜렷한 신차 계획이 없는 만큼 당분간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