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 배나은 기자] 야심차게 출범한 코넥스가 첫주 참담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프리보드의 실패를 재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코넥스는 성장초기단계(5~10년)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생태계 복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시장이다.그러나 개장 첫날인 1일 21개 상장사 가운데 20개 상장사 주식 21만9700주가 반짝 거래된 이후, 다음날인 2일에는 거래량이 전일 대비 10분의1 수준인 2만4000주로 급감했다. 거래가 이뤄진 종목도 21개 종목 9종목에 불과했다.3일차 이후에도 거래는 여전히 한산했다.3일 코넥스 시장의 총 거래량은 6만1100주로 첫날 21만9600주의 28% 수준에 불과했다. 거래대금도 첫날 13억원에서 3일 2억5000만원으로 급감했고 총 21개 종목 중 절반 수준인 11개 종목이 거래되지 않았다. 4일과 5일도 각각 총 거래량 9종목 5만6400주, 8종목 4만8100주 수준에 머물러 개장 이튿날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개별 종목들의 상황도 좋지 못했다. 그나마 이뤄지는 거래마저 대부분 매도 위주의 거래로, 지난 5일 주가가 오른 종목은 단 한 종목도 없었다.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산정되는 iKONEX지수도 개장 이후 급락세가 지속됐다.아진엑스텍은 개장 이후 닷새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정자문인인 신한금융투자에서 가장 많은 매도주문이 나오면서 1만900원이던 시초가가 결국 4880원까지 급하강했다.대주이엔티 역시 지정자문인인 HMC투자증권의 매도로 5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522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비나텍의 경우 코넥스 개장 이후 5일 동안 단 한주도 거래되지 못해 가격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다. 이외에도 웹솔루스와 스탠다드펌, 테라텍 등 3종목은 거래 첫날 최소 거래단위인 100주가 거래된 이후 한 주 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못했다.이렇게 하한가에 주문을 내도 체결이 되지 않다보니 시장설립 취지인 ‘직접금융 생태계 조성’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전문가들은 개장 초반인 만큼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지만, 현재로서는 거래가 생길 유인이 부족한 만큼, 코넥스가 현재 개점휴업 상태에 가까운 프리보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비상장주권 매매거래 시장인 프리보드는 비상장기업 가운데 벤처기업과 같은 혁신형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2005년 개장됐다. 그러나 지난 5월 기준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5400만원, 월간 거래대금은 11억3200만원으로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 등 전문 투자자와 3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으로 투자자가 제한된 만큼, 침체국면을 맞은 시장 상황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는데다가, 현재 증권사들이 시장추이를 살핀다는 명분으로 거래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나 시장의 목적과 성격, 제도 등이 서로 다른데다 프리보드가 거래부진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시장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일각에서는 코넥스의 거래량과 시가총액 등의 지표가 개장 13년차, 종목 수 58개인 프리보드에 육박하고 있다며 코넥스의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금융당국도 아직 개장 초반이니 만큼 속단은 이르다는 입장이다.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지난 5일 ‘코넥스 시장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참고 자료를 통해 “코넥스는 본질적으로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이를 보고 실패한 시장으로 단정 짓지 말아달라”고 밝혔다.거래소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넥스 기업들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얼마나 자금을 조달했는지와 성장성을 확보해 코스닥 등 정규시장으로 얼마나 이전상장했는지 등으로 성패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영국 AIM의 개장초기(1995년) 거래대금도 2억원 수준(시총대비 환산시)으로 코넥스 일평균 거래대금(5억2000만원)보다 적었다”고 말했다.코넥스 시장이 ‘프리보드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코넥스는 상장기업의 주식을 거래하는 정규시장인 반면 프리보드는 비상장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호가중개시스템이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또 코넥스 시장 신설보다 코스닥 시장 개편이 바람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코스닥은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진입규제를 강화하면서 창업 후 상장까지 평균 14.3년이 소요된다”며 “코스닥만으로는 창업초기 중소기업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코스닥 상장 조건을 갖춘 기업이 규제회피를 목적으로 코넥스에 상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코넥스 상장사는 영업실적 및 수익의 안정성 측면에서 코스닥시장 상장요건을 총족하기에 부족했다”며 “코넥스에서 성장성을 확보하고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자 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금융당국은 코넥스 시장에 각종 정책적 지원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코넥스 상장법인에 대한 반기·분기 보고서 제출의무가 완화된다”고 밝혔다.또 현재 상법은 이사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자산 1000억원 이상인 경우 상근감사로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코넥스 상장법인에 한해 사외이사 및 상근감사를 선임 의무도 면제될 예정이다.다만 이로 인해 불거진 코넥스 시장이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정자문인의 기업현황보고서 작성·공시(연1회), 기업 IR 개최(연2회) 의무화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