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나은행 전 인사담당자들이 원심과 같은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 1-3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4일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A씨(58)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의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또 전 인사부장인 B씨(58)에게는 원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전 인사팀장 C씨(50)와 D씨(50)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하나은행에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5~2016년 사이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서류, 합숙면접, 임원면접 과정에 개입하면서 특정학교 출신 지원자나 은행 임원과 관련된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또한 공채 과정에서 최종합격자의 남녀비율에 차등을 두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B씨와 C씨, D씨의 혐의 중 △몇몇 지원자들의 경우 추천 이전에 사정 절차를 통해 합격자로 분류된 점 △일부 지원자가 합숙면접에 응시하지 않은 점을 인정해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해당 부분이 양형을 고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채용의 공정성은 우리 사회에 더욱 중요한 가치”라며 “피고인들은 하나은행 채용업무를 담당하면서 추천을 받거나 특정 대학 지원자라는 이유로 점수를 변경, 조작해 다음 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는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채용 절차에 임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의 업무 공정성을 현저하게 훼손했다”며 “무엇보다 불이익을 받거나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들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감안할 때 죄질을 가벼이 평가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B씨에 대해서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여성지원자 합격비율을 사전에 부당하게 정해놓고 합리적 이유 없이 여성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채용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이 범행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거나 자신의 자녀·친인척을 부당하게 채용하지 않은 점, 면접관이나 하나은행이 이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고 개인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삼았다.
앞서 검찰은 원심 구형과 같이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300만원과 징역 2년에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또 C씨와 D씨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2016년 채용 당시 공정에 대한 인식을 했다면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업무를 했을텐데 아쉽다”며 “조직을 위해 한 일로 많은 분들께 상처를 줬다. 제 불찰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B씨도 “조직 간부로서 과거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공정을 인식하고 채용업무에 임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럽다”며 “살아가면서 30년 근무경험으로 조금 더 공정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며 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