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진홍 기자] 대전시립미술관이 오는 2월 22일부터 5월 8일까지 대전 지역 설화를 예술적으로 복원환 창작센터 기획전 ‘페이지 너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페이지 너머’는 대전 지역의 설화인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주제로 도시 이면에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세계를 비추고자 기획되었으며, 박찬경, 오제성, 이덕영, 최정은, 최수련 작가가 대전지역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던 설화 레퍼런스 삼아 대전 지역 설화의 예술적인 복원을 시도한다.
박찬경 작가는 계룡산 신도안의 종교 취락에 관한 6개의 영상 작업인 ‘신도안도’(2008)를 선보인다. 신도안은 ‘새 도읍’을 뜻하는 말로,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선정하고자 했던 곳으로 종교나 민족 종교들의 이상 사회의 중심지로 여겨져 일제강점기 이래 수백 개의 종교 단체가 생겨난 곳이다. ‘신도안도’(2008)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고자 시도했던 수많은 토착종교 세력들의 발자취를 영상과 사진들로 제시한다.
오제성 작가는 전국 각지에 미지정 비보호 문화재들을 답사한다. 미지정 문화재는 문화재청과 같은 정부기관에서 지정 보호되지 않는 모든 형태의 문화재를 말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인덱스〉(2022)는 대전 용운동 여장승, 대전 용호동 하산디 벅수, 대전 읍내동 벅수, 대전 화암동 장승 등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던 대전 지역의 비지정 문화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덕영 작가는 특유의 치밀한 선으로 보문산의 전설을 재해석한다.‘조용한 마을에 던져진 소문’(2022)은 전설의 주인공인 나무꾼보다는, 통째로 흙에 매몰된 마을의 비극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물고기의 은혜로 부자가 된 나무꾼을 보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을 사람들을 ‘귀’로 상징하여 일상 속에 존재하는 소문, 미신, 신앙 등을 당시 생활의 중심이었던 농경지나, 지게, 농기구, 항아리 등을 통해 재조명한다.
최정은 작가는 혈액을 만드는 멍게의 유전자와 인간 간의 많은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류의 시작으로 ‘멍게신’을 설정했다. ‘오직 넘치는 사랑의 일기’(2022)에서 멍게신의 생물학적인 또 다른 원류로 대전 설화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함께 제시한다. 작가는 대전의 설화에서 보이는 편파적이고 왜곡된 여성의 지위를 다시 복권하여 인류의 시작인 멍게신과의 성스러운 결합을 시도한다.
최수련은 대전을 배경으로 한 구전설화 중 지역명이나 인물명이 구체적인 이야기를 영어 번역본과 병기해 소개한다. 무귀론을 주장하다가 귀신에게 혼난 이야기인 불모산, 반대로 귀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이야기인 성황나무, 귀신을 보거나 들은 이야기인 사곡, 현재는 사라진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인 모정, 귀신 탓인지 뭔지 영문 모를 중립적인 이상한 이야기인 날궂이 등 5가지 이야기이다. 사람을 통해 구전되는 설화들 속에 내제된 부조리함과 불가지성은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현재와의 연속성을 획득한다.
전시를 기획한 홍예슬 학예연구사는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대전의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풍부하게 전해지는 대전의 설화를 하나의 모티프로 예술적인 복원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전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대전시립미술관 선승혜 관장은 예술기억(artistic memory)으로 도시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연결하는 공감예술을 선사하는 이번 전시의 자유로운 상상의 유희를 만끽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 19 감염 방지를 위해 별도의 개막식은 개최되지 않으며, 온라인 개막식 영상은 오는 22일부터 대전시립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대전=김진홍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