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격・공급망 교란 겹쳐 역대급 비용압박
수익성 민감도는 조선・항공, 전자제품, 자동차 순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원자재가격, 공급망 교란 등 산업계 비용 상승 요인이 복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업종별로 원가 상승에 따른 민감도가 상이한 가운데 조선・항공,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순으로 민감할 전망이다.
13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대러시아 수출통제,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가스 등 수입 금지, 러시아의 한국 비우호국 지정 및 수출입 금지 등 전쟁 파장이 연쇄적으로 번지며 글로벌 산업 밸류체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아직까지 이러한 실물경제 부담에 잘 버텨나가고 있으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현장으로부터 애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에너지 분야는 국내 수급 영향이 아직까지 제한적이나 미국의 러시아산 수입 금지 조치 등에 따라 수급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이다. 한 때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다가 산유국 증산 계획으로 폭락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도 나타난다. 기업들은 선제적 재고 확보와 대체선 발굴 노력에 힘쓰고 있으나 원자재값 상승으로 기업의 채산성 저하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 제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재료비로 구성돼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업종별로 조선업과 항공업이 비용 상승 부담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은 매출단가가 착공 초기 결정돼 원자재 상승분의 비용 전가가 용이하지 않다. 항공 업종도 원가에서 유류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해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대형 항공사는 화물운송 사업으로 수익성 보완이 가능하나 여객 운송 비중이 높은 저비용 항공기업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와 달리 해운 업종은 원가에서 연료비 비중이 높으나 해운 물류 병목 현상의 반사이익을 크게 보고 있다.
국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는 공급 과점적 시장 우위를 바탕으로 원가 상승부담을 상쇄할 여력이 있으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전자제품의 경우 해운·물류비용 부담에다 각종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소비자가에 전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동차 업종도 소비자 대상 판매 제품이지만 국내 과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어느정도 완충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친환경차 부품의 주요 원재료인 알루미늄, 니켈 등의 국제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부담이 높아지고 있으나 판매자 우위의 시장환경 속에서 제품믹스 개선 등을 통해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자동차 부품 업계의 경우 원가 부담에 따라 경영난이 심화되는 등 기업별로 수익성 편차가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철강 업종도 철광석, 비철금속 등 가격 상승압력이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 메이저들은 전방 교섭력 우위를 바탕으로 원가상승 민감도가 크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여기에 탄소 중립 등에 대응한 중국의 철강 감산정책도 국내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폭등 시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하는 등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부정적이다. 실제 올들어 업계의 신증설 물량까지 겹치며 올레핀 계열 제품 마진이 축소되는 등 판가 전이력이 크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