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늘면서 재무부담도 증가…금리인상, 주가하락에 금융조달 환경 악화
SK・두산・게임업계 등 공격투자성향 업체들 재무위험 감수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기업들이 신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를 늘려온 가운데 지정학적 불안,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 조달 여건이 열악해져 재무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본격화했으며 국내 시중 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기업은 회사채 금리가 지속 상승해 금융조달비용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회사채 3년물 BBB+ 신용등급의 경우 2020년말 연 5.06%였던 금리가 작년말 5.86%, 올들어 1월말 6.21%, 지난달말 6.31%, 이달 8일엔 6.37%를 기록했다. 신용이 좋은 우량기업도 부담이 커지긴 마찬가지다. 3년물 AA- 등급의 금리는 2020년말 1.39%에서 2021년말 2.41%, 올해 1월말 2.76%, 2월말 2.88%, 이달 8일 2.93%를 찍었다.
이런 환경은 투자를 확대해온 기업들에 부정적이다. 특히 국내 제조업이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린 게 부각된다. 작년 4분기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금 잔액은 1580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50조1000억원 증가했다. 그 중 제조업 잔액은 415조4000억원으로 연중 내내 대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게다가 올 들어 2월 이후 금융시장은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을 받으며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국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했으며 미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강세다. 국내 기업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 영업 측면에서 도움을 얻지만 시가총액이 감소하고 외국인 투자가 이탈하는 등 부정적 영향도 받는다. 2월 이후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주식자금이 투자심리 위축 탓에 순유출로 전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올해 투자계획이 없거나 아직 세우지 못했다.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로는 거시경제 불안과 함께 대출금리 인상, 금융권 심사 강화 등 외부 자금 조달 환경 악화가 꼽혔다.
이처럼 대외 불확실성 속에 투자 위험을 감수한 기업들이 위기 속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국내외 인수합병(M&A)투자 시장에서 활보 중인 SK는 바이오와 배터리, 수소, 플라스틱 소재, 핀테크 등 폭넓은 분야의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 자체 현금창출력을 상회하는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차입금 규모가 확대됐다. 최근에도 SK실트론이 1조원 규모 증설 투자를 발표하는 등 계열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지속돼 재무부담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반도체 후공정 업체 테스나를 인수하기로 한 두산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산업 특성을 품게 됐다. 또한 테스나의 매출 및 자산 규모가 현재로선 크지 않고 두산그룹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가스터빈, 수소발전 등 신사업도 아직 수익창출력이 크지 않아 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이 존재한다.
게임업종도 수년간 보수적 투자 기조에서 벗어나 지난해 적극적인 M&A로 업계 전반의 부채가 확대됐다. 컴투스,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등의 회사채 신규발행이 이어져 재무부담을 완충하기 위해서는 신작의 흥행여부가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