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연설에서 "전 세계가 한국 국민들의 성숙함에 찬탄을 보냈다"고 긍정평가하며 특히 코로나 대응, 경제 선방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를 향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야권에서는 이행하지 못한 공약과 남은 과제 등에 대한 언급은 빼고 자화자찬만을 늘어놓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9일 오전 퇴임 연설에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졌을 때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라며 "전 세계가 한국 국민들의 성숙함에 찬탄을 보냈다"고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켜 냈다",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온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 낸 것" 등 지난 5년간의 성과를 나열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코로나 선제적 대응과 경제 선방을 들며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다"고 긍정평가했다. 그는 "선진국의 방역과 의료 수준을 부러워했었는데, 막상 위기를 겪어보니 우리가 제일 잘하는 편"이라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를 통해 위기가 기회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선언한 한국판 뉴딜은 한국을 디지털과 혁신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강국으로 각인시켰고,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과 국제협력에서 한국을 선도국가로 만들었다"라며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어느덧 민주주의, 경제, 수출, 디지털, 혁신, 방역, 보건의료, 문화, 군사력, 방산, 기후위기 대응, 외교와 국제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약속이나 남겨둔 과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5년 내내 국민을 고통스럽게 했던 부동산 문제, 국가부채 증가, 대북 관계 외교 악화 등에 대해서는 그 어떤 반성이나 언급이 (퇴임 연설에서) 없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허은아 수석대변인 또한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계층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 소득주도성장으로 시작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 등으로 국민에게 절망과 박탈감만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를 향해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라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양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임기 말 40%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40%만을 위한 정치'가 결국 국민을 편 가르기 한 것"이라며 "거대 민주당은 국회에서 법안을 일방 처리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