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가 상승·수주 호황 '호재'에 올해 초까지 흑자 기대
최근 인플레이션, 시장 변동성 확대에 흑자 꿈 멀어져
대우조선해양은 건조 선박 3주째 점거 농성에 ‘비상경영’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부터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초 올해 흑자전환 전망과 달리 이익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 원자재 가격과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물동량 감소 등 동시다발적인 복합 악재로 불확실한 대외환경이 이어지면서 섣불리 업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급기야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비상경영까지 선포한 상태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 2153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 가운데 45.5%(979만CGT)를 수주해 2018년 이후 4년 만에 상반기 기준 수주 실적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신조선가 상승 등 호재도 이어지면서 그간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실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흑자 전환이 힘들어지거나,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적자 수준보다 손실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적지 않게 됐다. 업계 맏형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 목표의 99% 이상을 달성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액은 18조2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하고 영업 손실은 971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조선업계의 실적 전망치가 몇 개월 새 확 쪼그라든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후판 가격 인상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선박 제조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지난 1년 새 2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철강업계와 긴 줄다리기 끝에 t당 10만원가량 인상했으며, 하반기에도 인상을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요 자원국인 러시아측 발주가 끊긴 것은 물론 기존 계약마저 취소된 상황도 악재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LNG 선박 2척에 대해 선주에게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선주측으로부터 건조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1조137억원 수준이던 계약금액은 현재 3379억원으로 줄었다.
금리 인상도 달러로 거래하고 차입금 비중이 높은 조선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리가 오르면 선박금융을 제공하는 금융기관들의 비용이 올라가고 유동성이 줄어든다. 특히 금리 인상이 장기화되면 세계 경기 침체를 야기해 물동량 감소 및 선박 발주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는 하청 노조가 불법 파업으로 창립 이래 진수 작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비상경영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임금 인상 30%, 노조전임자 상근요구, 단체교섭 인정 등을 요구하며 한달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선박 진수 작업 방해, 도크 무단 점거 등 파업 수위를 높였다. 이에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말까지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이 2800억원 이상이라며 불법 파업으로 10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도 후판 가격이 또 오르면 원가 부담이 더 커지고 금리 인상이 계속하면 이자 비용까지 늘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들이 계속되면 오랜만에 찾아온 수주호황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