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태혁 기자] 서울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정아씨는 얼마 전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타며 겪었던 힘들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역사에 도착한 김씨는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도움을 청한 김씨에게 돌아온 것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라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김씨는 둘째를 등에 업은 채 한 손에는 첫째를 남은 한 손에는 유모차와 짐가방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힘겹게 승강장에 도착한 그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낮 시간대였음에도 붐비는 지하철에 두 아이와 함께 오른 김씨는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한 할아버지가 "유모차가 있으면 택시를 타거나 운전을 해야지, 돈도 없으면서 왜 애를 둘이나 낳았어"라며 무안을 줬다. 김씨는 목적지까지 갈 수 없었다. 밀려드는 서러움과 당혹스러움으로 중간에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말하는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은 유모차를 들고 지하철에 오른 그에게 너무나 먼 얘기였다. 김씨는 "아이를 가진 엄마에게는 '이동의 권리'가 허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유모차는 사치가 아닌 아이와 엄마의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들이 당장 설치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로서는 공간을 할애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공간의 실효성 등을 좀 더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측과의 협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
시 관계자는 "교통취약계층의 보행권과 이동권을 신장시킬 수 있는 사업인 만큼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