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빌라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며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깡통매물을 내놓거나 이중계약을 체결하는 등 수법도 다양화하는 양상이다.
22일 경찰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빌라(연립‧다세대주택)를 중심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노린 전세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계를 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지난달 8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상품이 출시된 지난 2013년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사고 건수 역시 421건으로 최다치를 경신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례가 증가한 것이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들 기관이 상품 가입자인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상품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주택의 비중은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 등의 유형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의 상반기 전세 거래 38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의 21.1%인 815건의 전세가율이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의 비율로 통상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깡통전세는 전체의 15.4%인 593건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17일에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빌라 479가구를 갖고 있는 50대 남성 집주인이 사기 혐의로 서울 양천경찰서에 구속 송치됐다. 범행 과정에서 공인중개업자와 공모한 정황도 밝혀져 경찰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금액은 세입자당 1억원대에서 수억원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전세사기 수법으로 중복계약과 이중계약도 꼽힌다. 중복계약은 집 한 채를 한명의 임차인이 아닌 다수의 임차인과 중복 계약하고 보증금만 챙겨 잠적하는 수법이다. 집주인으로부터 집의 월세계약을 넘겨받고 임차인과는 전세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월세 이중계약도 있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하거나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어 세입자가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나온다.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간 주택에 전세 세입자를 받은 것이다. 최근 세입자 2명에게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집주인은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집주인의 채무액은 240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