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둔화했지만, 금리 상승 따른 이자 부담↑
카드·캐피털·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 대폭 증가
취약차주 비중 높아 경기침체 시 부실화 우려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카드사와 캐피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이 현실화하면 약 7300억원의 순이익 감소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재 유례없는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 자산가격 하락, 대출 축소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대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인해 ‘고정이하여신’이 늘면서, 서민과 다중채무자가 많은 2금융권 대출 건전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22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가계부채, 양호한 자산건전성 지표 뒤에 숨은 부실 현실화 우려’ 보고서에 따르면 카드사와 캐피털,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작년 금융업권별 합산 순이익에 가계대출 부실로 인한 대손상각비를 반영한 결과, 순이익 감소폭이 무려 7276억원에 달했다. 순이익 감소폭은 카드사가 4232억원으로 가장 컸고, 저축은행과 캐피털이 각각 2138억원, 906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금리 상승에 따라 차주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면서 부실 여신 역시 누적된 결과다.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약 3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6% 증가했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1조20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캐피털사 1조990억원, 카드사 7120억원, 저축은행 6110억원 순이다. 생명보험사(1310억원)와 손해보험사(370억원) 상대적으로 고정이하여신 잔액이 적었다.
고정이하여신은 작년 말과 비교해 은행이 631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으며, 캐피털과 저축은행에서도 각각 540억원, 264억원 증가했다. 카드사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감소세가 지속했는데, 대출 금리를 내려 고신용 고객을 확보한 영향으로 한신평 측은 분석했다.
전체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카드사를 제외한 전 금융권에서 둔화세가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국내 가계대출 증가금액은 약 1조원에 불과하다. 주택담보대출이 전년 말 대비 17조원 증가한 반면,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이 16조원 줄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제한했다.
특히 기타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용도별 가계대출 자료가 공시되기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2년간 가계대출 연간 증가액이 120조원을 상회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가계의 대출수요가 급격히 위축한 셈이다. 카드사만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대출영업을 강화하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말 대비 4.8% 증가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상환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7월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2022년 8월 2.5%로 5배 상승했고, 가계대출 신규 취급금리는 2020년 8월 2.55%에서 4.52%로 약 1.8배 상승했다. 보고서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가계의 이자부담이 최대 80%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 시 급격한 자산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잠재취약차주 비중은 저축은행 78.9%, 여전사 64.6%, 보험사 34.8%, 은행 17.0% 순으로 높았다.
한신평 보고서를 통해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에서 채무상환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특히 한계차주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자영업 대출이 우려된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직·간접적인 금융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급격한 대출 부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