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합병 3년간 끌어…EU 심사 2단계 심사 돌입, 英·美·日도 아직 남아
마일리지 중·단거리 혜택 늘리되 장거리 혜택 줄여 소비자 불만 폭주
국토교통부장관까지 문제제기해 백기 들어…마일리지 좌석 확대 검토 계획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세계 10위권의 대형 국적 항공사를 꿈꾸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 관련 경쟁당국 마음을 얻기에 분주한 가운데 최근 마일리지 개편안 관련 여론이 악화되면서 소비자 마음까지 얻도록 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봤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각국 경쟁당국의 심층 심사에 계속 미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오는 7월 5일까지 2단계 심층 심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대한항공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토대로 1단계 심사를 벌였지만, 추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 단계인 2단계 심사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EU 경쟁당국은 양사간 기업결합이 유럽과 한국 간 여객화물 시장의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이후 생길 수 있는 경쟁 제한 상황에 관한 시정 방안을 제출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2단계의 적절한 시점에 EU 경쟁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시정방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 심사 개시가 오히려 기업결합 승인에 긍정적일 것이란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이 결정된 지 3년째지만 EU 외에도 미국, 영국,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이 남아 있다.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추진한 대한항공은 현재 14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했고 10개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추가 심사 계획을 밝혔다. 영국은 다음 달 결과를 발표한다. 일본은 심사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측은 “잠정적인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이미 심사 초기부터 언급된 내용이고 구체적인 사안은 경쟁당국과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큰 규모의 기업 간 결합은 2단계 심사가 통상적”이라면서 “EU 경쟁당국의 심사에 성실히 임해 조속히 결합심사를 종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합병을 하루빨리 잘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최근 마일리지 개편안 관련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한항공이 오는 4월부터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기존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총 10단계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는데,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높아지면서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해서다.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보너스 좌석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오히려 다수의 승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해봐도 결코 불리하지 않으며 마일리지 적립률 조정도 고객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직접적인 경고에 이어 부정적 여론이 가시지 않고 있어, 대한항공은 다소 억울하지만 백기를 들었다. 대한항공은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 위해 국토부와 협의해 제도에 대한 추가 대책 방안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항공 측은 “고객들이 원하는 시점, 원하는 노선에 보다 용이하게 보너스 항공권을 예약하고 살 수 있도록 마일리지 좌석 비중을 넓혀나가는 기조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