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최근 중소형 건설사 회사채에서 미매각이 속출하는 등 회사채 시장 열기가 사그라든 가운데 증권채에서도 올해 첫 미매각이 발생해 눈길을 끈다. 반토막 실적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AA-)은 이달 3일 총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총 850억원이 모집됐다. 2년물(500억원)에는 6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지만 3년물(500억원)에는 250억원이 들어오면서다.
심지어 현대차증권은 AA- 등급 2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민평금리(2개 이상의 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금리의 평균) 보다 0.4%포인트(p) 높은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최근 하나증권과 삼성증권도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2일 하나증권(AA)은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4000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2년물(700억원) 발행에 1400억원이 몰리고 3년물(1300억원) 발행에 26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다만 민평 평가금리 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하지는 못했다. 애초 하나증권은 공모 희망 금리를 -0.30%p~+0.30%p로 제시했으나 2년물은 신고금액의 +0.20%p, 3년물은 +0.15%p에서 물량을 채웠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4일 25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62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2년물(1000억원) 발행에 1700억원, 3년물(1500억원) 발행에 각각 1700억원, 4500억원이 들어오면서 수요를 소폭 웃도는 결과를 보였다.
발행금리에서도 삼성증권은 개별 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으나 2년물은 신고금액까지 +15bp로 언더 발행에 실패했다. 수요가 3배 들어온 3년물의 경우 -2bp로 언더 발행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증권사들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회사채 발행에서 목표금액을 훌쩍 넘긴 주문을 받으며 호황을 누렸다. 키움증권(AA-)은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7150억 원의 자금이 몰렸고 KB증권(AA+)은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 예측에 1조2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미래에셋증권(AA) 역시 2월 초 2000억원에 대한 수요 예측에서 1조1250억원이 몰렸다.
업계에서는 증시 변동성 확대가 지속되며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더딜 것으로 전망됨과 동시에 부동산 PF 우려가 더해져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회사채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위축되면서 회사채 투심도 꺾인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에는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2분기에는 조정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추이 상 2분기 이후에는 입찰금액이 점차 감소하기도 했다”며 “국채 금리 하향세와 최근 급격히 낮아진 신용 스프레드 수준, 경기 둔화에 따른 펀더멘털 저하를 감안할 때 올해에도 2분기 이후 크레딧 채권의 투자 수요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