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최종금리 높아질 것"...한미 금리차 2%p 갈수도
연준, 22일 빅스텝 유력...환율·자금유출 압박 커질 듯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최근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전체 지표가 더 빠른 긴축을 정당화하면 우리는 금리 인상 폭을 높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매파적 본성을 드러냈다. 미국의 통화 긴축이 당초 예상보다 더 강하게,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과 부진한 경기 등을 고려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 기조를 유지할 경우 불과 2개월 안에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와 한은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수 차례 강조해왔지만 커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계속 외면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이달 FOMC 회의에서 새로 공개될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의 올해 금리 전망치도 지난해 12월 당시(5.00∼5.25%·중간값 5.1%)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빅스텝 확률은 67.5%로 전날 31.4%의 두 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또 파월 의장이 “최종적인 금리도 지난 12월보다 높을 수 있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도 5.5∼5.75%로 올라갔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최종금리가 4.9%에 그칠 것으로 기대하던 시장은 이제 6% 금리 가능성까지 두려워하고 있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고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을 일단 멈췄다. 이창용 총재가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주요국 가운데 가장 이른 동결이었다.
물가 경로 등 여러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금리(3.50%)는 미국(4.50∼4.75%)보다 1.25%포인트 낮아졌다. 이미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만약 예상대로 21∼22일 연준이 빅 스텝에 나설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는 기존 한·미 기준금리 최대 역전 폭 기록(1.50%포인트·2000년 5∼10월)을 넘어 1.75%포인트까지 커진다. 더 나아가 4월 한은이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5월 연준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격차는 2.00%포인트에 이르게 된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갈수록 커지는 한·미 금리차에 대한 질문에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과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 총재도 취임 후 여러 차례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로부터는 아니다"라고 인정한 바 있다.
문제는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다시 1300원 선 밑으로 떨어지는 듯 했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원·달러 환율은 8일 오전 11시30분 현재 1320원대까지 치솟고 있다. 1320원을 넘어선 건 작년 12월 7일(1,321.7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월 발언으로 연준 긴축 우려가 확산하고, 미국 단기금리 상승과 함께 달러도 강세폭을 확대했다"며 "달러 강세와 대외 불확실성에 원ㆍ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은의 금리 동결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약 1조원(9천13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고, 채권시장에서도 2월 한 달 동안 240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는 등 외국인들의 이탈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한은 금통위가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거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수출·소비 감소 등 경기 둔화와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진 물가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4월 기준금리에 대해 "물가를 우선적으로 보지만, 부수적으로 금융안정과 환율 등도 고려하는데, 4월 회의까지 꽤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여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