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쟁점 덜한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
이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해 논의"
매일일보 = 조현정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 대치 국면 속 협치를 위한 첫 만남을 가졌다. 김 대표는 민생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강조하며 비쟁점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격주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도 여야 공통 공약 추진단 구성과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운영을 제안하는 등 민생·경제 현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김 대표는 15일 취임 인사차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를 만났다. 양 당 대표 회동은 10시 40분께 시작해 약 10분간 모두 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당선 축하 인사를 거론하며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고 민생 문제 해결 위기를 위해 경쟁하자는 데 100%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방향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잘 살게 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야가 협의해 비쟁점 법안 처리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쟁점 법안들도 있고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쟁점이 덜한 법안은 빨리 처리했으면 한다"며 "지방 균형 발전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법안도 계류 돼 있다. 속도 내도록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반도체 관련 입법과 관련해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3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여야의 치열한 대립을 불식하는 것을 이 대표도 해주길 믿고 저도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위한 협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협조 등도 요청했다.
김 대표는 또 이 대표에게 격주에 한번씩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는 "당이 그동안 비상 체제여서 여야 대화가 원만하지 않았는데 이제 정상 체제로 복귀했으니 자주 만났으면 한다"며 "격주로 식사해도 좋고, 어느 형태든 다양한 대화 채널을 계속 해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먼저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네며 "정치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쟁이 아닌 국민 삶을 지키는 경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고 국민 삶도 어려워지고 있어 여야 입장을 떠나 국민 삶을 어떻게 개선할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찾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 선거 당시 내놓은 공약 중 공통된 부분을 추진하는 공통 공약 추진단과 여야가 함께 하는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도 제안했다. 그는 "대선 때 여야 후보들이 공통으로 국민들에게 약속드린 게 많다"며 "국민적 합의이자 대국민 약속이라고 보기 때문에 공통 공약 추진단을 구성해 정책 협의회도 만들고, 약속했던 정책들을 입법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 역량을 다 모아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야 간 범국가 비상경제회의도 구성해 논의해보자"며 "시급한 경제 현안들, 민생 현안들을 함께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가 이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민생 경제 위한 '협치'를 강조하며 공감대를 이뤘지만, 3월 임시국회는 가시밭길이다. 그동안 이어온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50억 클럽 및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비롯해 정부의 '제 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 배상 방안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두고도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김 대표의 울산 KTX 땅 투기 의혹을 조사하는 태스크포스(TF)도 발족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역시 이 대표 측근이 숨진 것을 계기로 이 대표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