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급등락 반복 '갈지자 행보'...시장 불안감 확대
금융시스템 불안 최대 이슈로..."당분간 살얼음판 증시"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주식 시장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분위기에 당분간 작은 이슈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특히 금융 시스템불안이 이슈가 된 가운데 SVB 파산 사태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유럽 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위축된 투자심리에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16일 코스피는 오후 3시 현재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장 초반 1.41% 하락하기도 했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 14일에는 코스피가 SVB 사태 여진에 2.6%나 급락하며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증시가 지난 14일 급락 충격을 다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것은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으로 인해 다시 불거진 금융불안 때문이다.
전세계 은행 자산순위 45위인 CS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회계상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언급한 가운데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규제로 인해 CS에 대한 더 이상 재정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히며 전일 주가가 20%대 급락세를 보였다. 이후 스위스중앙은행(SNB)이 필요할 경우 CS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낙폭은 10%대로 축소됐다. CS발 금융불안에 약세를 보이던 미국 증시는 스위스 금융당국이 CS 안정을 위해 나서면서 낙폭이 축소됐고 나스닥은 상승 전환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87%, S&P500지수는 0.7%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0.05% 상승했다. 미국 증시에서 상장된 CS는 13.94% 하락 마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CS 주가 폭락 사태는 미국의 SVB 사태와 달리 중앙은행의 긴축 충격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하지는 않았으나 SVB 사태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 속에서 SVB 보다 상징성이 큰 유럽의 대형은행인 CS발 위기가 불거졌다는 점은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은행권의 유동성 불안, 시스템리스크 우려를 한층 더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극단적 전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CS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사우디국립은행에 지분 매각 후 급진적인 구조조정과 대규모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게 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록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나 파산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의 전개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불안으로 인해 증시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원은 "SNB가 필요시 CS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CS 사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으나 추후에도 누적된 긴축 효과가 곳곳에서 발생함에 따라 여타 은행들에서 유동성 불안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증시는 수시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국내 증시는 SVB 사태 여진, CS발 추가적인 금융 불안 등 은행권 위기 우려,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 기대심리 등이 혼재되면서 제한적인 주가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SVB 사태의 직접 영향권 밖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방어적 성향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SVB를 비롯한 금융 리스크 우려로부터의 회복은 다소 천천히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CS발 금융불안 확대 속에서 그동안 증시를 옥죄던 긴축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일 발표된 미국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0.3% 상승)와 달리 하락세를 보였다. 2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4.6%를 기록해 1월 상승폭(5.7%)을 하회했다. 2월 소매판매는 지난달 발표된 전월 대비 3.2% 증가와 달리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PPI 둔화는 향후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소매판매 감소는 지난 1월 소매판매 깜짝 증가가 온화한 날씨로 인한 결과이며 연속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주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온건한 방향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FOMC를 앞두고 중요한 경제지표가 많으며 이를 지켜보고 3월 통화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CPI에 이어 PPI와 소매판매 등의 위축은 결국 Fed의 온건한 FOMC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