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회사채 발행 20조127억원...전월比 19%↑
신용경색 우려 재부상에 유동성 확보 안간힘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목 메고 있다. 신용경색 우려가 재부상하면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조127억원으로 전월(16조8923억원)보다 3조1204억원(18.5%) 증가했다. 통상 1월에는 회사채 발행이 연초효과로 인해 증가하긴 하지만 2월 발행규모가 더 늘어난건 이례적인 일이다.
2월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8조4240억원으로 전월보다 37.4% 늘었다. 자금 용도별로 보면 운영자금의 비중이 줄고 차환·시설 자금 비중이 증가했으며, 중기채(만기 1년 초과∼5년 이하) 위주의 발행이 가장 많았다.
금융채 발행은 전월보다 0.7% 증가한 10조6317억원 규모였다. 금융지주채가 1조8000억원, 은행채는 3조3667억원 발행되며 각각 전월보다 16.1%, 51.6% 늘었다. 2월 말 전체 회사채 잔액은 627조5천913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9505억원(0.3%)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그룹 계열사는 SVB 파산 이전이던 이달 초까지 이 같은 회사채 증액 발행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LG전자는 이달 초 당초 350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회사채 발행 규모를 7000억원으로 늘렸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모집액의 7배가량인 2조5850억원의 자금이 몰린 결과다. 롯데지주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28일 각각 3500억원과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마무리했다. 당초 각각 2500억원과 15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의 흥행을 바탕으로 증액 발행을 단행한 것이다.
이전까지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더라도 기존 계획을 유지해 증액 발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그룹이 일제히 증액 발행을 통해 자금을 최대한 조달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극도로 위축됐던 시장이 올해 초 유동성을 되찾으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자금이 우량 회사채에 몰리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AA급 3년물 금리는 지난해까지 5%를 넘었으나 올해 3% 후반으로 크게 낮아졌다. 기업 입장에서 이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이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지금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이자 비용이 가장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향후 회사채 시장이 경색될 수 있어 가능할 때 최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시각인 것으로 파악된다. SVB 파산 이후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향후 유동성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SVB 파산 등 시장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금리를 높이면서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이 지금 시점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가장 이자비용이 저렴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금리가 오르거나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