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역사적 이슈로 악화 가능성 잔존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가 최근 개선 여지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직 한일관계 간 정치적·역사적 앙금이 남은 만큼, 국내 기업들은 일본 관련 사업의 섣부른 확장을 망설이고 있다. 양국은 정치적, 역사적 긴장은 오랫동안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었다. 현재 일부 정치인들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반대하고 있으며, 국민 정서 역시 일본 교과서 논란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위기 요소가 잔존하는 만큼, 일본 관련 사업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치 싸움으로 인해 대일(對日) 기업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관계 개선으로 얻는 이점은 확실하지만, 일본에 진출하는 기업과 일본 수입품에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외교·정치적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정적인 사업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예로, 일본이 지난 2019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바 있다. 이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반도체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다. 이후 한국의 소부장 산업 자립화가 다소 진행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 종합포털 소부장넷 통계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비중은 지난해 15.1%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과의 경제 교류는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한일관계는 양국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양국 간 교역과 투자는 크게 감소했다. 감소세는 지금도 이어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일본 수출은 전년 대비 12.0% 줄었다.
한일관계의 회복은 국가 경제발전 및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한일 관계 개선이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SGI는 수출구조가 한일관계 악화 전인 지난 2017∼2018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국내 수출액이 약 26억9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SGI는 산업연관분석을 활용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 증가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보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일본과의 교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중 8곳은 한·일 정상회담 계기로 대일 경제교류 확대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역시 지난달 15일 한일관계 개선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전망을 보도한 바 있다. 요미우리는 한국에 진출했거나 한국과 관련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그동안 한일관계 악화로 사업에 미친 부정적 영향들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한국은 소재·부품·장비산업을 비롯해 일본과의 경제협력 필요성이 매우 높아 결국 협력해야 할 관계”라며 “한국의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일본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을 필요로 하고, 일본은 한국의 ICT(정보통신기술) 등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만큼 양국 기업 간 활발한 기술·인적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