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등 명의 헐값에 사들인 뒤 피해 떠넘겨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1200채에 달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소유한 ‘빌라왕’ 김씨가 사망하며 전세사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각종 사기범들이 검거되며 사기 수법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밝힌 전세사기 유형은 △깡통전세로 발생하는 보증금 미반환 문제 △다가구 주택에서 발생하는 선순위 권리관계로 인한 임대차 사기 등으로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수법은 무자본 갭투자의 일종인 ‘깡통전세’다. 지난 2022년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 일대에 1200여채에 달하는 빌라와 오피스텔 등의 공동주택을 소유한 채 사망한 ‘빌라왕’ 김씨 등이 사용한 수법이다. 건물 소유주와 임대인, 부동산 컨설팅 업체, 중개업자 등이 일당을 이뤄 집값 시세보다 비싼 전세금을 임차인으로부터 챙기는 방식이다. 이들은 신축 빌라의 경우 시세나 전세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자기 자본금이 없는 상태에서 임차인과 높은 값으로 전세 계약을 맺고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으로 다음 주택을 매입하는 수법으로 자본금 없이 적게는 수십채에서 많게는 천여채에 달하는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를 양산했다. 최근에는 ‘바지사장’ 및 ‘바지 집주인’ 등의 명의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유형의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축왕으로 불리는 A씨는 2009년부터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명의를 빌려 토지를 사들이고 본인 명의 종합건설업체로 공동주택을 직접 지었다. 준공 대출금과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등으로 신축 비용을 충당해 2700여채의 주택을 보유했다. A씨는 주택이 준공되면 이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동시에 전세를 놓는 방식으로 세입자를 들였다. 이후 A씨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전락했다. 세입자들 피해금액만 125억에 달한다. 이같은 수법은 전국에서 악용됐다. 부산역 일대의 노숙자나 신용불양자의 명의를 헐값에 사들여 바지 사장으로 앉히고 수백억의 피해를 이들에게 넘겨 이중 피해를 양산했다. 신축빌라의 분양과 전세를 동시에 광고하는 경우도 전세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된 주택 매매‧전세 알선 광고를 조사한 결과 불법 의심 광고를 게재한 10개 분양대행사와 관계자 29명을 적발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분양대행사가 개설한 블로그에 허위 매물을 게시하고 분양가의 80~90%를 최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표현으로 피해자를 모으는 방식이다. 이들은 동일한 전화번호로 상호를 교체하거나 다양한 SNS 등을 활용해 불법광고물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