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폴란드 국영 방산 기업 총수가 방한 일정을 소화 중인 가운데 국내 방위산업체들의 추가 계약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폴란드 군비 그룹(PGZ, Polska Grupa Zbrojeniowa) 세바스티안 흐바웨크 회장은 지난 17일 입국했다.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일정인 만큼 흐바웨크 회장의 국내 동선은 공식적으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흐바웨크 회장은 지난 18일 현대로템 본사·창원 공장을 둘러봤고 앞으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 연구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을 시찰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PGZ는 폴란드 정부가 국영 방산 업체 31개사를 통합해 만든 초대형 국책 기업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가 그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해 현대로템은 폴란드 군비청과 K-2 흑표 전차 180대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 외에도 1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K-2 전차의 폴란드 버전인 K-2PL 820대에 대한 라이센스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는 K-2PL 개발 후 450대를 2030년까지 인도하고 나머지 370대를 2026년부터 현지에서 PGZ와 컨소시엄을 이뤄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화그룹은 폴란드 정부로부터 K-9 자주곡사포·다연장 로켓 '천무' 등 8조원 어치의 수출 계약을 따냈다. K-9 자주포 48문을 선 인도하고 현지형 모델인 K-9PL은 624문을 수출하되 일부는 국내에서, 2026년부터 나머지는 현지에서 라이센스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흐바웨크 회장은 이번 방한 일정을 통해 계약 건에 대한 최종 조율을 마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1일에는 경남 사천 소재 KAI 공장을 둘러본다. 그는 KAI 관계자들과 경공격기 FA-50 도입 사업과 관련한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폴란드 정부는 FA-50를 48기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KAI는 FA-50 유지·보수·정비(MRO) 센터를 세우고, 폴란드 현지 생산 역량 제고를 도울 예정이다. 초도 물량 12기는 올해 중순까지 인도한다. 아울러 조종사 양성을 위해 국제 비행학교를 폴란드에 설립한다.
한편 흐바웨크 회장이 이번 일정을 소화한 후에 당장 추가 계약을 하지 않는다 해도 K-방산업계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란드향 K-2 전차는 현지에서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생산될 예정"이라며 "국내외 수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LIG넥스원·대우조선해양·현대로템 등 방산 5사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101조216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올해 국내 방산업계 실적이 신장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KAI는 올해 매출 3조8094억원, 영업이익 3088억원, 당기순이익 236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69%, 118.08%, 104.4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