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패션업계의 실적이 교차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된 가운데, 보복 소비로 훈풍이 불었다면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고물가, 내수경기 악화, 출혈 경쟁 등 대내외적 요인이 쌓이면서 업계 내 실적이 엇갈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대기업들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자 올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작년 신명품 브랜드 호조 등 영향으로 호황을 누린 것과 대조된다. 계절적 비수기인 2분기 속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떨어진 103억원을 기록했다. 동기간 매출도 11.4% 하락한 3122억원을 나타냈다. 실적 악화 배경에는 캐시카우 역할을 자처하던 효자 브랜드 ‘셀린느’와의 계약이 마무리되고, 브랜드 인센티브 지급 비용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코오롱FnC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6% 낮아진 56억원을 보였다. 매출은 4.8% 오른 2792억원으로 드러났다. 신규 브랜드 론칭 비용 상승 등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신장한 405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2% 하락한 543억원을 보였다. 여성 캐릭터 매출 호조 등으로 몸집은 키웠지만, 신규 브랜드 론칭 및 확장에 따른 투자 비용이 커진 탓에 수익성은 감소했다.
이와 달리, 삼성물산 패션부분은 악조건을 뚫고 올해 1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영업이익은 5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 신장했다. 매출도 11% 오른 5260억원을 기록했다. 꾸준한 상품력 개선, 판매 구조 효율화 등을 통해 호실적을 거뒀다.
패션 대기업들은 새 포트폴리오 발굴·강화 등 브랜드 차별화를 꾀해 격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보여진다. 브랜드 확보에 공을 들이지 않으면 향후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판단에서다.
스포츠 브랜드와 국내 SPA 브랜드의 실적은 개선세를 보인다. PGA투어, NBA 등을 가지고 있는 한세엠케이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내 매출은 전년보다 106% 치솟은 646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0억원, 26억원을 보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는 지난해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향상됐다. 자라의 온·오프라인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5552억원, 영업이익은 71.4% 성장한 639억원을 나타냈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도 지난해 전년 대비 25% 성장한 4000억원의 매출을 낳았다.
고물가와 엔데믹 상황에서 고가 패션의 수요는 둔화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SPA 브랜드는 ‘가성비’와 ‘오프라인 중심 판매’라는 장점을 내세워 상승세를 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으로 패션에서 여행으로 수요가 어느정도 이동했고 3고 현상으로 소비 심리도 짓눌려서 통상적 패션 비수기인 2분기에 실적 반전을 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신사업 발굴 등으로 상황적 변수를 최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