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과도한 노동쟁의 규제 통해 경제위기 극복
이탈리아, 무분별 복지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화 박차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유럽 국가들이 대대적인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다. 광범위한 노동시장 불균형 및 일자리 미스매칭으로 인한 경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결정적인 조취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경제 전문기관의 분석 등에 따르면, 일찌감치 노동 개혁을 추진해 온 프랑스와 영국이 실업률과 인력난, 과도한 노사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며 성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프랑스가 2016년에 시행된 노동법 개정을 통해 경제적 이유로 인한 해고 기준을 단순화하는 등 고용유연성을 확대한 결과가 노동시장 지표에서 수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노동시장 규제 완화 움직임은 2017년 취임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친기업 정책 및 노동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지속됐다. 주요 내용은 △노사협정과 관련해 기업 차원의 유연한 노동조건 설정·확대 △종업원 50인 이상 규모 기업의 의무인 종업원대표, 건강·안전위원회, 노동자 협의체 설치를 하나로 통합 △부당해고 배상금의 범위를 최대 20개월치 급여로 상한선 설정 △제소가능 기간을 기존 24개월에서 12개월로 축소 등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친기업적 노동개혁은 지지율 하락이라는 결과도 낳았지만, 프랑스의 실업률은 오히려 개선됐다. 노동개혁 이전인 2013~2016년에는 실업률 10%대를 기록했으나 2022년에는 7.3%로 하락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OECD 평균 실업률은 2019년 5.4%에서 2020년 7.2%로 증가한 반면, 프랑스는 하락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한경연은 이런 노동시장 지표가 고용률의 변화에서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고용률은 2013~2015년 기간에는 64%대로 정체됐지만 2022년에는 68.1%로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던 2020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OECD 평균 고용률은 2019년 68.8%에서 2020년 66.0%로 크게 하락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프랑스의 노동개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프랑스의 노동개혁과 성과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도 향후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해 기업의 고용 유인을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과도한 노사 갈등이 경제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보고, 일찍부터 노동쟁의 관련 제도를 손보기 시작했다. 영국은 정치·사회계급 문제로 노사간의 대화가 쉽지 않았는데, 1960~1970년대엔 비공식 파업이 수시로 발생해 경제 몰락을 뜻하는 ‘영국병’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영국은 마가렛 대처와 제임스 캐머런 정부 시기 노동개혁을 통해 후진적인 노동관행을 개선, 고질적인 경제문제를 해소했다. 현재 영국은 무분별한 파업을 막기 위해 쟁의행위 대상이 직접 근로계약이 있는 사용자로 한정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하청노조의 원청 사용자 대상 또는 자회사 노조의 모회사 대상 쟁의행위는 금지된다. 또 쟁의행위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 시, 군중심리 위험이 있는 현장투표는 금지하고 우편투표 방식만 허용한다. 또 다른 근로자들의 지지와 참여를 호소하는 피케팅 방식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폭력과 재산 손괴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한 편이다.
‘유럽의 병자’ 이탈리아도 이웃 국가들의 영향을 받아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시민소득'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시장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시민소득은 2019년 도입된 ‘국가수당’ 제도며, 근무를 할 수 없는 국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다. 개혁안에는 단기 일자리 규제 완화를 완화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겠다는 정책도 포함돼 있다. 멜로니 총리는 "시민소득 제도가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키우고 청년들의 노동 의욕을 떨어뜨린다"며 이유를 밝혔다.
독일에 본사를 둔 B제약사 관계자는 “독일에선 얼마전 30년 넘게 한 번도 일하지 않았던 사람이 정부의 보조금으로만 먹고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적 있다”며 “국가마다 노동·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게으른 근로자 증가와 과도한 노사 갈등이 경기침체를 낳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근면한 근로자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노동 문화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