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주 1분기 비이자이익 3.7조원…전년보다 40%↑
KB금융 78% 늘어난 1.5조원…신한·하나금융도 증가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위주 경영구조를 탈피해 비은행 수익구조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1분기 금융지주사들의 총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올해 금리 인상 특수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강화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총 3조71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증가했다.
이들 금융지주의 총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22.5%에서 올해 1분기 27.7%로 5.2%포인트 확대됐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1조57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7.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5.0%에서 36.1%로 11.1%포인트 늘었다.
기타영업손익이 지난해 1분기 712억원 손실에서 올해 1분기 6561억원 이익으로 흑자 전환하며 비이자이익 성장세를 견인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과 증시 반등에 대한 적시적인 대응과 기민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증권의 세일즈앤트레이드(S&T) 운용손익과 보험사의 유가파생 및 보험금융손익이 큰 폭으로 확대되며 기타영업손익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1분기 8827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329억원으로 17.0%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이 6034억원으로 14.0% 줄었지만, 유가증권과 외환·파생 및 보험금융손익이 6452억원으로 131.7%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52.9% 증가한 7788억원의 비이자이익을 올렸다. 신용카드수수료와 운용수수료를 제외한 수수료이익이 고르게 성장한 데다, 매매평가익이 4801억원으로 95.6% 증가한 덕분이다.
올해 1분기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28.9%, 26.4%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포인트, 6.2%포인트 커졌다.
반면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비이자이익은 33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3% 감소했다. 유가증권 이익이 2710억원으로 561.0% 성장했지만,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들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며 금융사들의 이자이익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금리산정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그룹들이 비(非)이자 이익 확대로 이익 균형화와 안정적 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비이자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이 시장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고객 인식 등으로 쉽게 조정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들은 잇따라 수수료 면제 정책을 도입하고 있고, 증시가 출렁이면서 증권사 수수료 변동폭도 커지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자체 비이자 이익 확대 전략을 전개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올 1분기 수수료 이익 합계는 2조3850억원으로 전년동기(2조5083억원) 대비 4.9% 감소했다. 우리금융(3.1% 증가)을 제외하고 KB·신한·하나금융의 수수료 이익이 같은 기간 1.8~14.0% 줄었다.
금융그룹 수수료 이익은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전 계열사에서 거둬진 걸 모두 더한 것이다. 송금이나 신용카드, 증권, 펀드·방카슈랑스, 외환, 투자금융 등의 업무에서 나온 수수료다. 유가증권 이익도 포함된다.
금융지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올 1분기 수수료 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줄어든 건 증시 부진에 따른 증권업 수수료 감소와 펀드·방카슈랑스 수수료 감소 등의 영향이다. 일례로 KB금융의 경우 증권업수입수수료가 2135억원에서 1377억원으로 37%나 빠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증권 수수료는 증권사를 통한 주식 거래량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며 “요즘은 증시가 횡보 상태이다 보니 1년 전 저금리 때 활황이었을 때 보다는 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