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척결 명목으로 노조에 강경대응
민노총 이어 한국노총도 빠진 경사노위… 노동개혁 향방은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정부가 ‘노동개혁’을 통해 노조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근무환경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노동계와 대립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계기로 간신히 유지되던 대화 테이블 참여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당초 지난 1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정부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 역시 체포 소식에 무산됐다. 한국노총은 대 정부 투쟁에 전 조직이 나서기로 결의했다.
민주노총 역시 현재 건설노조는 오는 7월 3~15일 2주간에 걸쳐임금, 일자리, 공공성·국가책임 강화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근래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등 강경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또한 양대노조의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박탈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노조에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회계 공시 시스템에 공표하도록 하고, 1000인 이상 대형 노조의 경우 공표하지 않을 시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노조의 회계를 감사하는 회계감사원 자격에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명시했다.
이를 두고 한국노총은 “정부는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 이유를 '노조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지원을 위해서'라고 밝히면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없애겠다는 협박을 함께 하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 노조를 회계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해 노동개악의 포석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 자주성을 지키면서도 민주적 운영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규제는 이미 수십 가지 조항이 존재하는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이미 존재하는 규제를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놓고 노동계와 정부 사이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화와 타협이 전제돼야 할 노동개혁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흘러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강경 진압이라는 우발적 사건·사고를 노동계가 투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며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대통령이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