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러-우 전쟁發 ‘블록경제’ 심화…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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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러-우 전쟁發 ‘블록경제’ 심화…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
  • 이용 기자
  • 승인 2023.07.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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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러시아 중국 견제와 동시에 자국 산업 우선주의 기조 강화
IMF "국산 핵심 품목, 블록 경제 여파로 경쟁력 상실할 것"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겨냥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중국이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산 에너지의 가치가 높아지며 '글로벌 경제 양분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을 도발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제경제가 블록화되고 있다. 서방의 입장에 동조하는 한국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과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국내 전략산업이 취약해 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겨냥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제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는 러시아 에너지 가치 상승과 '글로벌 경제 양분화'로 이어졌다.

앞서 2022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러시아에게 경제 및 금융제재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국가 부도 수준의 위기를 맞았다는 보도가 나오며 러시아가 전쟁 의지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전쟁이 이어지며 사실상 서방세계의 제제는 러시아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면서도 경제적 상황이 안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의 지원과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망이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서방세계의 경제 제제 1년 후, 러시아는 석유 및 가스 수출, 중앙은행의 책략, 최근 중국 및 기타 국가와의 무역 반등 덕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탄력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닛케이에 따르면 수억 달러 상당의 반도체가 중국을 통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반도체 수입 기록을 조사한 결과, 3292건의 거래가 있었으며, 이중 약 75%인 1774건은 홍콩이나 중국 본토에서 선적됐다. 해당 거래 규모는 5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러-우 전쟁으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 거대한 시장을 형성 했지만, 사실상 중국이 독식하게 된 형국이 됐다.

또 일부 유럽 국가와 개도국이 러시아에서 비롯된 에너지와 식량난을 우려해 제제에 선뜻 동참하지 못한 결과,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지난 3년간 세계 밀 수출은 30%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식량 공급에서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또 전쟁 초기 EU의 러시아 석유 금수조치 계획 발표가 시장에 석유 수급 불안 신호를 보내면서 가격이 급증, 러시아가 실제로는 수혜를 입었다.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러-우 전쟁 1년 동안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석탄은 세계에서 3번째로, 천연가스는 세계 7번째로 많이 수입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같이 ‘에너지 빈곤국’이자 제조업 중심 국가는 국제 에너지가에 영향을 받게 된다. 산업부는 지난 5월까지 1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난 배경으로 “러-우 전쟁과 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 수입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제제에 동참한 독일의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을 우려해 주변국과의 에너지원을 다각화해 자립에 성공했다. 한국은 특정 국가에 에너지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만큼, 향후 러시아의 압박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전망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이에 동조하는 중국까지 견제하기 위한 블록 경제를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러시아와 중국 등 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핵심 국가들과 함께 우리가 봐왔던 국제적인 시스템에서 더 큰 집합체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 같은 새로운 블록을 구축하는 것이 포스트 냉전 시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블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셈이다.

한국은 미국의 최우방국이고, 대외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결국 미국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 다만 이 경우 결국 러시아와 한편인 중국과 거리를 두게 되고, 미국의 자국 산업 우선주의 기조에 밀려 국내 산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충돌로 한국이 반도체 등 전략사업에서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경쟁력을 일부 상실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략산업은 리쇼어링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바이오 궐기에 맞서 미국은 해당 품목에 대한 자국 내 생산 원칙을 정하고, 산업 리쇼어링을 추진 중이다. 결국 한국의 반도체 및 바이오 제품의 경쟁력이 우수하고, 정부 간 외교 관계가 양호해도 미국은 자국에 대한 투자를 우선하게 됐다.

화장품과 문화사업 등 전략 외 산업에 대한 양국의 공조는 강화할 수 있어도, 정작 국내 주력 수출품인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 반도체 등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뒷전으로 밀려 부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핵심 품목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중국 또한 자체적으로 관련 산업망을 구축한 상태로, 한국 제품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IMF는 “미국과 중국 양쪽의 압력을 받는 상태로 줄타기하다가 결국 어느 한 진영을 선택하게 되는 정책적 불확실성을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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