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하에 ‘제3지대’ 개척 나서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부가 중동과 동남아 국가를 정밀 타깃하는 ‘제3지대 시장’ 개척에 나섰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중 갈등이 야기한 신(新)냉전 체제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형성되는 등 글로벌 정세가 변화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도 세계적으로 심화돼 보다 정밀한 신(新) 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정부는 중동·동남아 등의 ‘제3지대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신냉전체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 시장 성장 잠재력 역시 높다고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지역별 상반기 수출 증가율 중 중동은 14.3%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만 베트남의 경우 대(對)세계 수입 감소 여파로 10.4% 가량 감소했으나, 높은 성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는 205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 베트남 기업과 111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순방 성과를 보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벤처·스타트업·중소기업의 중동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올해만 수차례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하며 현지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프론트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현판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GBC는 현지 기업과 투자자와의 네트워킹을 촉진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정착을 돕는 협업 플랫폼이다. 중기부는 GBC가 한국 기업과 중동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양국의 혁신 생태계를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리스크가 적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기조를 지속 강조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지난달 응우옌 찌 중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장관과 중소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한국 중소기업이 베트남 현지에서 원활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베트남 기획투자부의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내용은 △코로나19 이후 기업 경영환경 개선 위한 정책 △외국인 노동허가·비자 발급 등 투자환경 개선 △경기 불황 시 세무조사 유예 등 유연한 세무행정 △베트남 수입화물에 대한 입항 전 수입신고 제도 도입 등으로 알려졌다.
중동 진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 12일과 13일 UAE 두바이에서 연 ‘Korea Trade Fair’ 수출상담회에서 성과를 냈다. 당시 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에서 사전 초청된 바이어 140여개사 등 총 250여개사가 이틀간 500여건의 기업 간 거래(B2B) 수출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정세가 급격하게 변하는 만큼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동과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가 떠오르고 있다”라며 “특히 중동의 경우 자국의 제조시설 확보, 바이오 및 스마트팜 분야에 대한 수요가 높아 협력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