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하도급 개정안 십수개월 표류 끝에 재발의
감리 감독 및 행정처벌 강화 등은 기약 없이 밀려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건설업계 부실시공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이른바 '부실시공 방지법'은 십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군 브랜드 건설사 붕괴 사고 이후 정치권은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약속했지만, 여야 정쟁과 입법부의 안일함 속에 실제 제도 개선은 늦어지고 있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광주화정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이후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수년이 흐른 현재도 상당수는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9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불법하도급 처벌 대상을 원도급업체·하수급업체·발주자·인허가권자로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과 무기징역 등으로 처벌 수위도 높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해 10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하도급 관행 개선을 위해 계약해지권과 적정성 심사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을 발의했다.
붕괴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불법하도급이 지목됨에 따라 법 개정에 나선 것인데, 두 법안 모두 당해 12월 국회 본회의 때 한 번 상정된 이후로는 1년 8개월 동안 표류했다.
이후 4월 인천검단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두 번째 붕괴사고가 발생한 다음에야 재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당초 국토교통부 발표보다 한달 늦은 7월 중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엄태영 의원은 "불법 하도급은 과다한 공사비 삭감과 이에 따른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며 건설현장 또는 완공된 건축물 등의 붕괴 등 대형 사고를 초래했다"며 입법 이유를 밝혔다.
골자는 앞서 발의된 장경태 의원의 개정안과 흡사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규모가 5배에서 3배로 축소되고, 사망사고 발생시 최대 무기징역이던 것을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등록말소로 변경하는 등 처벌수위만 조정됐다. 개정안 관련 논의가 차일피일 지연된 끝에 기존의 법안과 거의 유사한 개정안이 발의된 셈이다.
다른 법안들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공품질을 점검할 의무가 있는 감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자며, 지난 2022년 6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년 넘게 국회 계류 중이다. 지난해 이형석 의원과 김회재 의원도 부실시공으로 인한 건설사에 대한 영업정지 규정을 명확히 하고, 관할 관청을 재지정하자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황 불황으로 먹거리가 없어진 하도급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저가로 수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하도급 관행 개선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