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9.19 기념식서 尹 정부 공개 비판···대통령실 '즉각 반격'
여야 지도부 입지 '흔들'···전·현직 대통령들, 총선 선봉 되나
여야 지도부 입지 '흔들'···전·현직 대통령들, 총선 선봉 되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안보·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퇴임 이후 주로 SNS를 통해 정치적 입장을 밝혀왔던 문 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현 정부를 비판한 것에 이목이 쏠린다. 여야 지도부가 리더십을 의심받는 시점에서, 전·현직 대통령들이 정치공방 1선에 나선 것을 두고 내년 총선이 '정부 간 대결'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전날(1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안보와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며 윤 정부의 정책기조를 공개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고수위 발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문 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 나와 현 정부와 명확한 대립각을 세운 시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대부분 페이스북 등 개인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정부를 공개 비판한 것에는 여러 함의가 담겨있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이재명 지도부가 세워지긴 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지도부 리더십이 약해진 상태다.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따라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등판함으로서 당 결집을 유도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상황이 녹록치 않긴 마찬가지다. 김기현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되기 전부터 '용산이 김기현을 지지하고 있다'는 소문에 휩싸이며 논란을 나았다. 최근에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사면·복권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며 '여당이 대통령의 의중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오히려 1선에서 각 진영의 목소리를 주도하는 인물이 여야 지도부가 아닌 전·현직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미국 일정에 동행하고 있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굴종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한산한 평화로운 상황이 평화가 아니다”며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바로 반격하기도 했다. 전·현직 대통령 간 공방이 유례 없이 두드러짐에 따라 내년 치러지는 총선이 여야 대결구도가 아닌 전·현 정부 간의 대결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너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자주 소환한다"며 "이것이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존재감을 더 키워주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념식 발언만 봐도 최근 문 전 대통령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며 "문 전 대통령이 (흔들리는 민주당의) 중심적 역할을 한다면 원인 제공은 결국 윤석열 정부가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