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통계청 '9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석유류 하락 폭 축소가 물가 상승 견인
폭염 속 과일 등 농산물 가격도 오름세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유가 영향으로 5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한 데다, 추석 연휴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이 향후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따.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8월(3.4%)에 이어 3%대 오름세를 이어가며,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5.7%)부터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이어갔다. 이후 2월(4.8%), 3월(4.2%) 4%대에 이어 4월(3.7%), 5월(3.3%)에는 3%대까지 둔화했다가 6월(2.7%)부터는 상승률이 2%대로 좁혀졌다. 그러나 8월(3.4%) 들어 다시 3%대로 반등한 뒤 9월에는 이보다 0.3%포인트(p) 더 올랐다.
지난달 물가 상승에는 석유류 급등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4.9% 줄어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하락 폭은 7월(-25.9%), 8월(-11.0%)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 역시 7월 –1.49%포인트(p)에서 8월 -0.57%p, 9월 –0.25%p로 둔화했다.
통계청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류 하락 폭 둔화로 공업제품 상승 폭이 확대했다"며 "이달 오른 0.3%p는 국제유가 오름세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농축수산물도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농산물이 7.2% 오르며 작년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사과(54.8%), 복숭아(40.4%), 귤(40.2%) 등 신선과실이 24.4% 오르며 2020년 10월(25.6%)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을 보였다. 신선과실은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과실 품목들을 말한다. 생강(116.3%), 당근(37.2%), 쌀(14.5%) 등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보였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19.1% 상승했다. 전기료가 20.3%, 도시가스가 21.5%, 지역난방비가 33.4% 각각 올랐다.
9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9%였다. 공공서비스(1.8%), 개인서비스(4.2%), 집세(0.1%) 등 모든 서비스 항목에서 물가가 올랐다. 특히 택시료(20.0%), 보험서비스료(12.9%), 구내식당식사비(7.0%), 공동주택관리비(4.8%) 등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승용차 임차료(-13.6%), 유치원납입금(-9.1%), 국내단체여행비(-7.3%) 등은 하락했다.
공업제품은 3.4% 상승했다. 유아동복(13.7%), 티셔츠(14.3%), 우유(9.3%), 빵(5.8%)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우유(9.3%), 빵(5.8%) 등이 오른 영향으로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8% 상승했다. 반면 공업제품 중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4.9%였다.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하락한 셈이지만, 7월(-25.9%), 8월(-11.0%)과 비교해 하락 폭이 급격히 줄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8%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3% 올랐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4% 상승했다.
통계청은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국제유가 상승분이 10월 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 물가는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변동성이 큰 국제유가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