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놓고 건설사 오너들의 무책임 행보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작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었고, 사고 후 영업정치 취소소송 등 사고 책임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서다. 일부 오너일가의 경우 사실상 경영을 주도하고 있으면서도 전문경영체제 등을 이유로 비(非) 오너가 대표이사를 내세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SGC이테크건설이 시행을 맡은 시흥시 정왕동의 한 복합물류센터 신축 현장에서 노동자가 천정에 전기 배관 설치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노동자는 약 9m 높이의 고소작업대에 올라 전기 배관 설치 작업을 하던 중, 후진하고 있던 레미콘 차량 바퀴에 와이어가 감기면서 고소작업대가 넘어져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해 안성 물류창고 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찬규 SGC이테크건설 대표이사는 현장을 찾아 “SGC이테크건설은 이번 사건이 발생된 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사고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재해 방지 대책을 철저히 실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지만 1년 만에 다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사망하고가 발생한 것이다.
SGC이테크 건설에선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안성 물류창고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부실시공 책임으로 국토교통부로부터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2021년에는 인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과 대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각각 근로자 1명씩 사망했고 2020년엔 서울 지식산업세넡 신축사업 현장에서도 1명이 숨졌다.
문제는 연이은 사망사고 대부분 ‘안전조치미흡’이 지적됐었단 점이다. 현장에선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도중 추락 위험이 있는 자재의 운반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 건물 외부에서 작업을 할 땐 추락방지 벨트와 그물망 설치도 해야 한다. 결국 안찬규 대표가 공사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고와 관련해 방지 대책을 철저히 실행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선 중대재해법의 도입 후 사업주인 오너일가의 책임회피 행태가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동양건설산업 청주 공사장에서 30대 베트남 하청 근로자 2명이 추락사고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사고와 관련해 동양건설산업의 최대 주주인 동양이노텍의 92% 지분을 보유한 공승현씨와 공병학 동양건설산업 회장은 사고 관련 어떤 사과도 없었다.
오너일가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면서 비오너가 출신 대표이사와 공동대표체계를 유지한 곳은 또 있다. 올해 8월 부산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동원개발의 경우 장복만 창업주가 대표이사 회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올해 초 이성휘 사장을 안전관리책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달 두산에너빌리티가 시공하는 서울 중구 소재 오피스 신축 공사 현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근로자는 19층에 설치된 갱폼 해체 작업 중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이번 사고까지 2명이 사망했다. 경기 부천시 소재 소형건설사 건륭건설 건설현장에서도 크레인에서 떨어진 철근에 맞아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외에도 지난 8월 충남 아산시 탕정지구 오피스텔 신축공사장에서 중국 국적의 이수건설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기도 했고, 같은 달 남광토건이 시공 중인 경기도 포천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실 건설현장에서도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지난 2017년 7월에 작업 중 유압호스가 터지면서 근로자가 사망한 곳이라 재발방지에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건설현장에선 반복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오너들은 월급쟁이 사장을 앞세워 책임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며 “오너들이 말하는 책임경영을 위해서는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과 직접적인 사과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