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發 ‘돈맥경화’ 우려…PF-ABCP 거래 한달새 3분의 1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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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發 ‘돈맥경화’ 우려…PF-ABCP 거래 한달새 3분의 1토막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1.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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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어음 거래량 급감...당국 “부실기업 구조조정 유도”
채권시장 우량기업으로만 자금 몰려...신용 불안 확대
부동산 PF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자금시장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PF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자금시장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2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후폭풍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업계와 당국 모두 ‘감내할 수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지만 유동성 악화와 같은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A1급과 A2급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거래량은 각각 2조1600억원, 3400억원이었다. 지난해 11월 넷째 주 A1급과 A2급의 PF-ABCP 거래량이 6조1600억원, 6500억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한 달 사이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시장에서 연말은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기다. 그래서 감소의 일차적 원인은 연말이라는 시간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신용 불안도 상승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은 현재에서는 파장이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신용평가는 “금융권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단기적으로 손실 완충력을 통해 감내 가능할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 당국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당국이 예고한 건설사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만큼 사태 추이는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에서 “부실기업에 대해 자기책임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질서 있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유도하겠다”며 ‘옥석 가리기’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정부는 시장 불안 차단을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를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처음으로 이날 열린 정부·한국은행 수장 간 ‘F4(Finance) 회의’에서도 채권시장 대응 방안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의 단기적 파장은 불가피하지만 향후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신용채권시장의 등급별 차별화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큰 틀에서 시장 전체를 교란할만한 이벤트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행 사업을 확대한 결과로 인한 개별회사 특유의 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미 태영건설에 대한 경계감이 높았고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금융업·건설업 크레딧과 PF시장에 부정적이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간접적으로 건설사 단기 자금 융통이 경색될 수 있고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ABSTB(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사채들의 차환 발행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리스크는 전체로 봤을 때 1개월을 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개별 기업 신용이벤트는 크레딧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오래가지 않는다"며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이벤트 발생 1주 후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 상승을 보인 경우는 약 53%지만 1개월 후 스프레드 상승까지 연결된 경우는 약 34%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용채권시장의 등급별 차별화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취약할수밖에 없는 하위등급 채권발행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공사채·은행채 부문에서 영향은 미미하지만 부동산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부담이 큰 여전채(캐피탈채) 부문에선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종 추가 부실 가능성, 제2금융권의 손실 우려로 여전채·하위등급 중심으로 스프레드 갭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 연구원도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져가 크지 않은 카드채와 달리 캐피탈채의 경우 부동산 PF 관련 경계감으로 1월 신용 스프레드 확대 압력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우량물인 AAA등급 등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초 복병을 만나긴 했지만 계획상 물량을 채우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주 신용 스프레드는 초우량물 위주로 강세를 나타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공사채 AAA등급 3년 스프레드는 0.1bp(1bp=0.01%포인) 하락했고 은행채 AAA등급 3년 스프레드는 0.2bp 하락했다. 회사채 AA등급 3년 스프레드는 0.4~0.5bp 상승했고 여전채 AA등급 3년 스프레드는 1.1~2.0bp 상승했다. 스프레드 확대는 기업 신용 위험이 커지며 자금 조달 환경이 위축됐다는 의미다.

한편 산업은행이 최근 태영건설 금융채권단에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 규모는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총 1조3007억원 수준이다. 회사채, 담보대출, 기업어음, PF 대출 등이 포함됐다. 직접 차입금 외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 규모는 9조1816억원이다. 직접 차입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다 합친 채권단 규모는 400곳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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