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좋은 가정이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식의 표어가 사방팔방에서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출산율이 곤두박질친 현 세태에 빗대어 보면 앞뒤가 뒤바뀐 말이 아닌가 싶다.
필자 주변에 즐비한 비혼주의자와 딩크족(맞벌이 무자녀 가정)들은 "이런 세상에서 자식을 낳아서 기를 생각만 해도 속이 답답하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현재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들의 말에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다. 실상을 목도하고 있어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교육 경쟁은 유아기 때부터 점화된다. 이후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정점에 이른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심이 팽배해 있어 부모들은 '내 자식이 또래들보다 뒤처져선 안 된다'는 조급함과 위기의식을 품고 산다. "연봉의 몇 퍼센트를 자녀한테 투자하느냐가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만연한 게 현실이다. '최저 출산율 또 경신'이라는 국가적인 이슈가 들린 지도 어느덧 10여 년째다. 가임여성 한 명당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2015년부터 뚝뚝 떨어지더니 0.78명 수준까지 왔다. 분명 국가적인 위기다. 국제 사회에선 '국가 소멸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지난달 미국 뉴욕타임즈는 '한국은 사라지고 있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저출산 추세가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유럽보다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한국의 출산율을 두고 "3세대 뒤엔 인구가 현재의 6%에 그칠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매년 45~50조원씩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출산율은 답보는커녕,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고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가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