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적절한 후속 조치 이어지면 오히려 與 호재"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른바 '사천 논란'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응을 놓고 최근 강 대 강으로 충돌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전격 '갈등 봉합'에 나섰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날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점검하며 '깜짝 회동'을 가졌다. 한 위원장은 서울로 돌아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과) 여러 가지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주고 받고 길게 나눴다"며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강조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은 지난 21일 복수의 언론들에 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사퇴 권유 보도가 나오며 갈등 사실이 알려진지 이틀 만에 봉합 수순으로 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총선이 불과 세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내분으로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당내 인식이 크다"며 "한 위원장 외에 총선을 이끌만한 마땅한 다른 인물도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화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 충돌의 원인이 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마포을 출마 및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응 등은 아직 숙제로 남았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출마 사실을 직접 발표한 것이 '사천' 시도라며 공정한 경선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시했었고, 한 위원장은 여러 논란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 등을 언급하며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을 국민들이 모두 지켜봤기 때문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적절한 대응을 통해 오히려 여당에 호재가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과 정부의 역할 분담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리하는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빠른 봉합 수순에 두 사람의 갈등이 처음부터 '약속 대련'이었다는 주장도 계속해 나온다. 총선에서 여당의 '당정일체' 프레임을 해소하고 중도 포섭을 위해 일부러 갈등의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부 충돌이 일어나니 김 여사의 사과 여부로 문제가 넘어왔다"며 "이제 사과하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적당히 봉합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법' 등이 논란이 되자 '갈등쇼'를 연출해 난관을 돌파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약속 대련' 여부의 확률은 반반"이라며 "'정면 충돌'이 사실이면 4월 10일까지 싸움이 지속돼야 하고, 만약 한 위원장이 승리하는 경우라면 '약속 대련'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살아있는 권력'을 이길 가능성이 없다"며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지명, 김 여사의 사과 및 해명 등이 이어진다면 정황상 '약속 대련'이 맞았음을 의미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아울러 "'약속 대련'이 맞을 경우 '중도 확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에 총선이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