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여야가 지난 25일 본회의에서 유예 법안을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됐다. 여야는 25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도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 불발로 개정안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그간 적용 유예를 주장해 온 경영계는 탄식을,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간 중소기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 중대재해법까지 확대되면 중소기업들이 줄폐업에 나설 것이라며 법 시행 유예를 촉구해왔고 노동계는 시행이 예고됐던 법안을 또다시 유예하는 것은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대로라면 중소기업뿐 아니라 5인 이상을 고용한 빵집, 찜질방, 식당 등 83만여 곳이 새로 법을 적용받으면서 혼란이 예상된다. 물론 재해 발생률을 낮추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자는 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는 재해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근로자를 줄이고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재해 감축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법 시행 전보다 사망자가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의 산업재해자 수는 3만9226명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 3만3537명 대비 17% 늘었다. 사망자 수 또한 2021년 721명에서 2022년 851명으로 법 시행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안전관리자 채용이나 안전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한 대형사 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이어진 상황에서 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면 재해 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에 부담만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대다수 영세기업은 사업주 의지만으로 법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 법이 강행되면서 무분별하게 사업주를 범죄자로 양산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을 기업의 규모에 맞게 다른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업종별로도 명확한 안전의무 이행 기준을 두고 이를 충족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더 이상 책임지는 사람은 없이 오히려 사고를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길거리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노동자의 안전은 국가와 기업이 책임이다. 현장에 혼란을 주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법 보다는 실효성 있는 법 시행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계와 경영계는 물론 국회도 함께 충분한 논의를 통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