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서울 중구·성동갑 출마를 직접 언급하며 또 다시 '사천'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윤 전 의원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른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최근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사천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당정 갈등이 불거졌던 것을 의식해 조기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된다.
30일 한동훈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윤희숙 전 의원에 대한 사천 논란에 대해 "(윤 전 의원 출마 언급은) 총선의 시대정신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윤 의원을 개인적으로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는 한 위원장이 전날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중구·성동갑 지역구에 출마 예정인) 임종석과 윤희숙 중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나"며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이 내는 후보가 적합성이 뛰어나다고 말한 것에, 사실상 윤 전 의원을 후보로 내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빚어진 것을 해명한 것이다.
한 위원장의 발언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중구·성동갑 예비후보들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중구·성동구갑 출마를 준비 중인 권오현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발언이 나온 직후 "윤 전 의원을 내리꽂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에서 정치 신인들의 기회가 박탈되는 게 아쉽다"며 "당에서 시스템 공천 원칙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한 위원장을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표로서) 공천 확정 전까지 판사처럼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국민이 보시기에 총선을 통해 정치가 나아갈 길을, 그 구도를 선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의원도 자신이 내정자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위원장의 내면을 어떻게 알겠나"라면서 "공관위 내 의사 결정에 한 위원장이 이야기를 하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공천에 한 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에도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지역구의 정청래 민주당 의원 대항마로 소개하며 사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당정 갈등으로 잠시 번졌으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엿새 만인 지난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방문하며 갈등을 봉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