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 23건 중 15건이 반도체
국내 기업들 대응 쉽지 않아…가처분 등 법적 조치 수개월 기간 소요
국내 기업들 대응 쉽지 않아…가처분 등 법적 조치 수개월 기간 소요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글로벌 반도채 패권 경쟁이 격화되며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국내 반도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달 말 SK하이닉스가 퇴직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2022년 7월 퇴사한 그는 SK하이닉스에서 D램,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했었다. A씨는 SK하이닉스 퇴직 무렵 경쟁업체에 2년간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한 상태였음에도, 지난해 미국 마이크론에 임원급으로 입사했다. 이에 재판부는 SK하이닉스가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며 얻은 정보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으로 흘러갈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그가 이직한 마이크론은 글로벌 3위 메모리 기업으로, 지난해 10월 HBM 시장 진출을 선언한 하기도 했다. 최근 이 같은 기술 유출 등의 문제가 증가세를 보이며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의 설계 도면을 빼내 그대로 본뜬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전 연구원 등은 영업기밀을 활용한 반도체 습식 세정장비를 만들어 수출한 사실이 적발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 이직을 준비하던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된 중요 자료를 사진 촬영해 적발된 사례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전체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은 96건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의 경우 38건에 달하는 사건이 하는 등 심각한 기술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23건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15건이 반도체 분야에서 발생했다. 더욱이 기업들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응도 쉽지 않다. 퇴사한 핵심 핵심 인력의 해외 경쟁 업체 이직 사실을 파악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이를 파악해 전직금지 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취해도 법원의 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처벌강도가 약하다는 점 역시 유출을 방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총 33건 중 무죄는 60.6%에 달했으며 집행유예 역시 27.2%나 됐다. 또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형량 평균은 14.9개월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대만 등 해외 국가의 경우 이 같은 기술 유출 범죄에 강도 높은 처벌을 가하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