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정우 회장이 포스코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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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정우 회장이 포스코에 남긴 것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4.03.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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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퇴임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 역사상 최초의 연임 임기를 마무리한 회장으로 기록됐다. ‘역사상 최초’라는 말이 말해주듯 회장이 연임 임기를 마무리한 일이 포스코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실제 최 회장의 ‘임기 완주’도 가시밭길이었다. 현(現) 정부는 최 회장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대통령 해외순방, 연초 신년간담회 등 정부 주도의 굵직굵직한 행사에서 최 회장은 빠졌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재계 순위 5위다. 철강, 배터리 소재, 수소 등 글로벌 해외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해외 순방에서도 포스코 총수는 매번 제외 당했다. 현 정부가 최 회장을 왜 행사에서 제외했는지 구체적 이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업계에서 최 회장이 전(前) 정권 시절 임명된 것이 이유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러한 추측은 그동안 임기 완주를 실패한 포스코그룹 회장 잔혹사(史)가 힘을 실어준다. 포스코그룹 회장은 정권에서 임명하는 무슨 공무원이 아니다. 민간 기업 총수다. 당연히 대선 승리의 전리품도 아니다. 기업 자체적인 시스템으로 회장은 선임하는 것이 맞다. 최 회장의 ‘버티기’가 포스코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이유다.
최 회장이 포스코를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에 힘썼다. 철강도 ‘소재’다. 철강에서 배터리, 수소, 반도체, 광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포스코의 정체성을 버린 것이 아니다. 산업화 시대의 철강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소·배터리·광물을 키우는 것이다. 이것 또한 쉬운 길은 아니었다. 특히 포스코의 자원 사업은 또 다른 정권과 연결되면서 엄청난 비판과 압박에 시달렸다. 이러한 압박은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하지만 최 회장은 임기 중 전임자들이 걸었던 포스코의 장기적 미래 비전을 버리지 않았다. 포스코 광물 사업은 지속됐다. 수소도 이어갔다. 이제는 전 세계가 보호주의 기조와 자원민족주의가 맞물려 공급망 확보가 국가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포스코의 ‘자원’ 사업은 전기차·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포스코는 대한민국의 대표 산업 반도체 소재로 확장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포스코 회장 임기는 3년이다. 하지만 포스코 시간은 계속된다. 고작 몇 년 있을 사람들이 100년 역사를 써내려가는 기업의 발길을 틀어서는 안 된다. 최 회장은 포스코의 길에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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