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코끼리만보, 연극 '출입국사무소의 오이디푸스' 4월 13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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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코끼리만보, 연극 '출입국사무소의 오이디푸스' 4월 13일 개막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3.26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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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밖으로 내몰리는 ‘난민화되는 삶’, 환대는 가능한가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이방인의 수용 문제를 읽는다
'출입국사무소의 오이디푸스' 포스터
'출입국사무소의 오이디푸스' 포스터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경계 밖으로 내몰리는 ‘난민화되는 삶’,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전지구적 재난과 기후위기 속에서, 혹은 분쟁 속에서 우리는 누구도 난민화될 가능성을 가진 채 살고 있다. ‘우리’의 땅이 언제든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되고, 때론 바다 밑으로 그 땅이 가라앉기도 하며, 언제든 살던 땅에서 추방될 수 있다. 좁게는 국가 내에서도 하나의 도시 내에서도 난민은 존재한다. 소외된 삶과 배제된 몸은, 있으되 ‘없는’ 존재가 되어 여기저기를 떠돈다.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두려움을 이겨낸 환대는 가능한가.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이방인의 수용 문제를 읽는다

난민과 이주 노동자라는 이방인. 둘의 경계는 모호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이유로 ‘난민화되는 삶’ 그 자체에 주목하려 한다. <출입국사무소의 오이디푸스>는 소포클레스의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 읽어낸 몇 가지 주제적 질문을 여러 인물을 통해 그려내는 작품이다. 자신을 증명할 길을 잃어버린, ‘없는’ 자들의 나라를 만들고, 이를 통해 ‘타자 수용’의 문제를 관객과 나눈다.
오이디푸스 연습장면
오이디푸스 연습장면

지금 여기, 콜로노스는 가능할까

그리스 비극에서 묘사된 아테네에 있는 콜로노스는 신들의 땅이므로 신성하고 아름답다. 그곳은 근친상간과 부친살해를 저지른 오이디푸스 같은 오염된 자가 감히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이 콜로노스이기를 바랄 것이다. 어떤 불경함도, 어지러움도 없는. 그래서 이방인이 그 땅에 들어서는 순간 왠지 모를 긴장을 느낀다. 일순 그를 위협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땅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삶을 위해서다. 새로운 꿈과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오이디푸스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콜로노스는 지금 가능할까.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시민들 앞에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함과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은 신에 의해 이미 전제되어 있던 것이므로 스스로 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설명하고 설득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난민과 미등록 이주 노동자는 이런 기회를 충분히 갖기가 쉽지 않다. 의혹과 의심이 전제된 수많은 질문 앞에서 몸과 마음이 쪼그라든다.
'오이디푸스' 연습장면
'오이디푸스' 연습장면

난민심사, 오독과 오해가 없는 대화는 가능한가

난민 심사에 있어 언어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통역과 번역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경우 대화는 위험해진다. 오이디푸스와 아테네 사람들이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 않았다면 문제는 훨씬 복잡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을 설명해야 할 사람이 만약 저항의 침묵으로 버틴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수용시민 되기, 테세우스 되기는 가능한가

아테네의 시민들은 처음에 오이디푸스의 수용을 강력하게 불허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의 말을 듣는다. 들음으로써 이해와 수용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간다. 테세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그 배경에는 아테네의 정치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20세기 말 많은 나라들이 이제 우리도 그만한 국가가 되었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기 위해 난민과 이주 정책을 펼쳐 보였지만 정치적 계산이 쉽게 이를 뒤엎고 만다. 그리고 점점 더 퇴보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수용시민이 될 수 있을까.  시놉시스 -- 이곳은 그리스 비극 속의 ‘아테네’, 될 수 없는 세계 여러 나라 중 한 곳이다.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를 뿐, 모두 미등록(undocumented) 체류자이다. 그들은 결코 ‘콜로노스’가 될 수 없는 출입국사무소 내에 있는 외국인 감호소에서 추방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저마다 국적도 사연도 다르지만 모두가 오이디푸스가 되며 때로는 안티고네와 크레온, 테세우스가 된다. 그리스 비극 속 인물들의 극적 행동이 등장인물들의 서사에서 산발적이고 비유적으로 드러난다.  
  • 작 : 한현주, 연출 :손원정
  • 출연 : 윤현길, 김은정, 문성복, 조성현, 최지혜, 베튤(Zunbul Betul)
  • 일시 : 2024년 4월 13일(토)~4월 21일(일)/ 평일 19:30, 토15:00/19:00, 일16:00, 월쉼
  •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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