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1이닝을 세 타자로 막겠다"고 자신했던 '슈퍼 루키'의 프로 데뷔전은 험난했다. 힘있게 뿌린 강속구는 줄줄이 안타가 됐고, 몸에 맞는 공으로 첫 실점을 내며 무사 만루 위기에 빠졌다. 제구력이 무너지며 흔들리던 그는 대량 실점의 빌미를 남긴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금은 명실공히 국가대표 투수로 자리매김한 한화 이글스 문동주 얘기다.
'야구 중계 신인' 티빙의 데뷔전에서 아기 독수리 시절의 문동주를 겹쳐본다. 자신감 있게 새로운 무대에 뛰어들었다가 현실에 부딪히는 모습이 일견 닮아서다. 올해 처음 국내 프로야구(KBO) 온라인 중계를 시작한 티빙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중계 방식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청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시범경기 때부터 잦은 자막 실수와 버퍼링 등 기술 오류로 논란을 빚었다. 2차 창작을 허용키로 했음에도 저작권 신고를 남발하면서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하이라이트 영상이 삭제되는 촌극도 빚어졌다. 일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중계 방식이긴 하니, 거짓말은 하지 않은 셈이다. 티빙은 "개막 전까지 서비스를 안정화해 제대로 된 중계로 찾아뵙겠다"고 강조했지만 아직도 감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규 리그 하루 만에 송출 시스템 조작 실수로 약 1분가량 중계가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일부 프로야구 팬들은 "5500원을 지불하느니 야구를 끊겠다"고 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콘텐츠를 시청할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중계권'이란 개념이 생긴 이후 프로 스포츠가 무료였던 적은 없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시청자들이 티빙의 중계 방식에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단순히 무료로 보던 콘텐츠를 유료로 봐야 하는 것 때문이 아니란 것이다. 이는 지난 17일 쿠팡플레이의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중계에 "스포츠 중계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었다"는 평가가 다수였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쿠팡은 로켓 배송·상품 할인 등을 담은 '와우 멤버십'의 부차적인 혜택으로 쿠팡플레이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고품질 시청 경험을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콘텐츠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음에도 부실 중계 논란을 빚고 있는 티빙과 대조된다. 티빙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고 스포츠 중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콘텐츠 구독료에 걸맞은 품질을 보여줘야 한다. 누구나 데뷔 초반엔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순 있지만, 그 시기가 엿가락처럼 늘어져선 안 된다. 문동주는 첫 선발 경기에서 호되게 혼난 이후 약 3개월 동안 담금질을 거치고 나서야 다시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이처럼 티빙이 시련을 딛고 스포츠 중계의 강자로 거듭날지, 역으로 구독자가 떨어져 나갈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일단 세계적 추세를 마냥 거스를 순 없으니 티빙의 방황기가 속히 끝나길 소망한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담당업무 : 통신·게임·포털·IT서비스 현장을 출입합니다.
좌우명 : 충심으로 듣고 진심으로 쓰겠습니다.
좌우명 : 충심으로 듣고 진심으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