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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화재 건수의 약 17%는 블랙박스 보조배터리, 휴대용 충전기 등 차량에 장착된 액세서리 등에서 불이 난 것으로, 전기차 자체의 안전 문제라고는 보기 어려운 '외부 요인'이었다. 나머지 중에서 54.3% 정도가 '고전압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전체 전기차 화재 중 절반 이상이 배터리가 원인인 셈이다. 나머지 28%는 차량 기타 부품(커넥터, 운전석 열선 등)에서 불이 난 경우였다.
자동차 화재라는 것은 발생하고 나면 대부분 차량 전체로 불이 번지기 때문에, 100% 원인을 명확히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분석하는 기관과 분류하는 방법에 따라, 통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보조배터리도 배터리로 묶어서 통계를 내게 되면, 전체 전기차 화재의 약 70%가 배터리에서 발생한다.
다음으로는 충전 중 화재가 주요 원인이다. 충전기나 충전케이블의 결함, 충전 중 차량의 충격이나 낙하, 충전기와 차량의 접촉 불량 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공식적으로 충전기 이상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류된 것은 없다. 최근 발생한 1건의 사고가 충전 손잡이에서 직접적으로 화재가 시작된 경우가 있지만, 전체 화재 발생 비율에서 보면 아주 제한적이다.
충격 혹은 충돌 사고로 인해 전기차의 배터리가 손상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마찬가지로, 부품이나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분류할 수는 없기에, 통계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기타 차량 내부의 전기 배선이나 전자 부품의 결함, 차량의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충전 중 화재라고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공동주택 주차장에서는 충전이 끝난 후에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차량을 이동시키는 경우는 드물고, 다음날 출근 때까지 그대로 충전기에 물려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재 발생 후 한전의 데이터 값을 살펴보면, 충전이 끝난 후 대기 중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충전기에 물려 있는 상태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충전 중 화재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얼마 전 세종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도 자정 무렵 충전이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차주에게 전송되었고, 그 후 수 시간이 경과 한 뒤에 화재가 발생했다. 따라서 정확히 분류하자면, 충전이 완료된 후, 차량이 스스로 배터리 상태 등을 관찰하는 도중에, 즉 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은 배터리에 대한 인증체계 등 정부의 역할 강화가 중요하다. 전문성을 갖춘 정책결정권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터리 제작사는 품질 안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초기에는 배터리를 제조한 후에, 팩킹까지 해서 납품했었다.
그런데 코나 전기차 리콜 이후에는, 배터리 제조사는 마지막 팩킹을 자동차 제작사에 미루고 있다. 품질에 따른 이슈에서 아예 손을 떼겠다는 속셈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제작사는 배터리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최근 이러한 기술 개발의 성과가 조금씩 보이고는 있다. 최근 발생한 테슬라 화재의 경우, 양평에서 운행 중 전원이 차단되면서, 운행 불가 상태가 되었다. 성수동 서비스센터로 옮긴 후 하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화재가 시작된 것이다. 화재 발생 이전에 배터리의 이상을 감지하고 운행 중단을 통해 인명피해를 막았기 때문에 피해가 크게 퍼지지 않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노력 보다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전기차 운전자들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꿀팁이 있는 것이다. 급속충전 보다는 완속 충전을 자주 이용하고, 최대 충전율을 85% 미만으로 셋팅해 놓는다면, 전기차 화재의 99%는 예방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충전요금 차별화를 정책으로 고민해 볼 수도 있다. 85% 이상으로 충전할 경우, 요금을 좀 더 비싸게 책정해 자발적인 억제를 유도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