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및 HUG 수시 개혁 반복에도 정권마다 잡음 논란
전문가 "전문 관리자 영입 및 현장 검증 중심 경영 나서야"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부동산원 등 부동산 공공기관들이 재정난 및 모럴해저드 등 악재에 시달리는 가운데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3년 공공주택 철근누락 사고 이후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3월 28일 혁신안을 추가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혁파 지시로 지난해 12월 발표한 LH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부실 원인으로 지적된 LH의 과도한 권한을 조정하고 이권 개입의 소지를 전면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LH는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합병으로 구성된 국토부 산하 공기업이다. 합병 이후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자리 나눠 먹기와 파벌간 소통 부재 등으로 부패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아오기도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LH는 그간 비리가 많았던 것이 아니고, 최근 2~3년 사이에 이슈가 많이 터진 것이기 때문에 국토부의 관리 통제나 LH의 임원급 이상 관리자의 통제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만경영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지만 만성적 재정난의 경우 정권 정책을 따라가야 하는 공공기관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LH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에 따라 최대 3조원 규모의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민간기업이 초래한 부실을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기관이 막는 꼴"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부채비율 200%가 넘는 상황에 올해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낮은 등급이 예상되는 등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HUG의 경우 전세사기 여파로 대위변제 액수가 커지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돼 보증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 제31기 결산공고에 따르면 작년 HUG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2022년 4087억원 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1993년 HUG 창립 이후 최대 적자다.
이같은 적자는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세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이 제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반환금 보증 사고가 급증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위변제액이 전년(9241억원) 대비 4배가량 급증한 3조5540억원에 이른다.
반면 HUG가 채권 추심과 경매 등을 통해 회수한 비율은 지난해 7월 기준 15%에 불과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전세대란을 겪으며 한창 전셋값이 고공행진했던 2022년 상반기 전세계약의 만기가 올 상반기 돌아옴에 따라 HUG 경영 악화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HUG 또한 정부정책에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윤 수석연구원은 “HUG의 경우엔 HUG의 잘못보다는 전세사기의 영향, 즉 시장 상황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공시가격의 126%가 정부의 가이드를 따른 것이고, 서민 지원, 전세금 보증이 HUG가 혼자 결정한 게 아니라 정부가 상품 설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정부가 HUG에 지원한 금액은 현금출자와 현물출자를 합쳐 5조1000억원에 달한다.
역대정부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만큼 이들 조직에 대한 개혁과 혁신을 추진했으나,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LH의 경우 지난 2021년 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 당시 독점적‧비핵심 기능 24개를 폐지‧이관 또는 축소하는 조직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지난해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으로 경직된 조직 문화가 거론되기도 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전문 경영인을 세우는 것과 같이 LH는 관리 통제가 안됐던 것이 문제니까 전문관리자를 세우고 내재화해서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민간과 경쟁체제를 만들어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들과의 경쟁 체제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어떤 제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하루아침에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해 봐야하지만 과정이나 변화에 숙성 기간에 필요하다”며 “HUG의 경우는 자금에 대한 출처를 더 명확하게 하고 보증 보험 가입도 서류만 보고 가입하는 것보다는 현장 실태 조사나 부동산 동향을 통해 현장 검증을 중심으로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