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중심 사업구도 확립…김승연 회장도 현장경영으로 '지원사격'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한화그룹이 '뉴 한화'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산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풍력과 태양광을 주력 계열사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있다. 한화의 에너지와 방산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의 승계구도가 한층 선명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화그룹은 지난 3일 사업군별 선택과 집중을 위해 일부 사업부에 대한 계열사간 스몰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상풍력 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이 양수하고, 모멘텀부문은 물적분할해 한화솔루션에 인수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별도로 추진하며 항공·방산 부문은 그대로 유지, 비방산 사업인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을 분리한다.
한화는 사업군별 전문화를 추진해 각 계열사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개편안은 오는 5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7월 마무리 될 예정이며, 신설 한화모멘텀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최소 5년간 상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사업 재편은 김 부회장 중심의 사업구조 확립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그는 사업 재편의 중심에 있는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설 한화모멘텀은 ㈜한화의 자회사다. 김 부회장 하에 우주·방산·태양광·해상풍력·이차전지·수소 플랜트와 같은 사업들이 헤쳐 모이는 모양새다.
방산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인적분할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한화 주가는 사업재편 발표 당일인 지난 3일 전날보다 7.3% 오른 2만8650원에 마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중 24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 김승연 회장이 5년4개월 만에 현장 경영에 나선 것도 아들인 김 부회장을 지원 사격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김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화의 우주를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며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회장의 이같은 행보에 김 부회장의로의 후계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에도 김 부회장에게 주력 사업이 집중되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 3월 한화그룹은 주력 에너지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에서 한화갤러리아를 9대1로 인적분할하면서 김 부회장이 에너지 부문에 집중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이때 한화갤러리아 경영권이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에게 넘어간 것처럼 이번에 분리되는 신설 지주법인의 경영권을 나머지 형제 중 한 명이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의 세 아들 중 장남으로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한화큐셀 전무 등을 두루 거치며 태양광 사업을 직접 책임지고 이끌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이 통합돼 한화솔루션으로 출범할 당시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2022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