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멘트 비중 줄이기' 머리 싸매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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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멘트 비중 줄이기' 머리 싸매는 건설사들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4.14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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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저탄소 골재' 개발·적용 확대
환경 규제·패널티 강화···ESG 경영 일환
삼성물산이 자체 개발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70%가량 낮추는 데 성공한 '제로(Zero) 시멘트' 보도블록 생산 모습.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삼성물산이 자체 개발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70%가량 낮추는 데 성공한 '제로(Zero) 시멘트' 보도블록 생산 모습.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건설사들이 주요 탄소 발생 자재인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R&D)과 현장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탄소 소비량이 월등한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고 고로슬래그 미분말 등 대체재를 활용해 골재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탄소중립과 콘크리트 품질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일반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40% 낮춘 저탄소 PC(Precast Concrete)를 개발해 서울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등 현장에 적용 중이다. 또 자체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을 적용해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탄소 배출량이 70% 가량 낮은 '제로(Zero) 시멘트' 보도블록을 최근 개발했다. 현대건설은 2017년부터 일찌감치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버려지는 산업부산물을 활용해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35%까지 낮춘 'H-ment'를 개발해 힐스테이트 시공 현장에 적용 중이다. 또한 현대차에 사용된 PVB(Polyvinyl Butyal) 등 폐부품을 건설재로 활용하는 도로포장 공법도 개발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1년부터 '조강형 슬래그시멘트 품질 개선 및 탄소저감 콘크리트 배합 설계 도출' 연구에 나섰고 이듬해 업계 최초로 저탄소 친환경 인증 콘크리트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콘크리트 대비 최대 112kg/㎥까지 시멘트 투입량을 줄여 약 54%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구 포스코건설)도 원료를 굽는 과정이 필요 없는 고로슬래그를 58%까지 사용해 일반 시멘트보다 생산과정 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는 '포스멘트'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회사 측은 2021년부터 매년 사용량을 늘렸고 지난해에는 전체의 53% 가량을 포스멘트로 대체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이처럼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과 현장 적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건설 현장에 적용되는 대기환경보전법·폐기물관리법 등 법 규제에 따른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비롯해 매출에 기반한 과징금과 위반 횟수에 따른 가중처벌, 입찰자격사전심사(PQ) 벌점 등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평가 보편화로 비산먼지·폐기물 배출량은 물론 탄소배출량의 점진적인 축소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시멘트 1톤을 제조할 때 약 800㎏에 달하는 탄소가 발생한다. 건설 공정별 탄소배출량은 철근·콘크리트 공정이 20.8%에 달해 미장에 이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여전히 일정비율 이상의 시멘트를 섞지 않으면 안전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딜레마가 남아 있어, 업계를 선도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추진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따른 기업 공시기준 변경으로 건설사들은 산업부산물을 혼합한 탄소저감형 시멘트의 활용비율 확대를 전략 과제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배출량이 많은 자재 투입을 최소화하는 공법 및 구조형식을 채택하고, 저탄소 대체 자재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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