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7조원 정책금융 지원 등 中의존 탈피 위한 인프라 지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산 흑연으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혹한기를 겪고 있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다만 2년간 한시적 조치인 데다 흑연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 만큼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IRA 세액공제 최종 가이던스에서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 관련 흑연에 대해 '현실적으로 추적 불가능한 핵심광물'로 분류하고 적용 유예 기간을 올해 말에서 2026년 말로 2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업계는 환영 의사를 보내는 한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美 IRA 관련 민관합동회의'에서 "민·관의 노력으로 2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벌었다"며 "2027년 이후 공급망 확보 계획을 신속히 마련해야 하고, 현재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배터리 및 완성차 업계도 그간 대미 협의를 적극 추진해 온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흑연의 FEOC 규정은 흑연 공급망이 취약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북미 진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요인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리튬, 니켈 등 핵심광물 공급망의 다변화 노력을 추진해왔지만, 흑연의 경우 단기간 내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대통령실, 산업부, 외교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하며 흑연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이 유예될 수 있도록 요청해왔다. 그 결과 이번 최종 규정에 요청이 반영되며 2년이라는 시간을 번 것이다.
남은 과제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다.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23년까지 약 9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정부와 업계는 IRA 가이던스 최종 규정에 맞게 흑연 등 핵심광물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민관합동 배터리얼라이언스를 통해 점검·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업계의 공급망 자립화와 관련된 국내 투자에 올해 9조7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등 금융·세제 및 인프라 지원을 강화한다. 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정부 간 협력 채널을 통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에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활동도 지원할 계획이다. 리튬메탈 배터리와 실리콘 음극재 등 흑연을 대체할 기술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및 안정적 관리는 여전히 우리 기업이 이뤄내야 할 중대한 과제"라며 "배터리-자동차 업계 간 그리고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