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엔···"정치공세 불과, 진상 가리는 게 아냐"
"일관성 지킬 건 지킬 것" 국정 기조 변화 요구 거부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면서도 야당이 요구하는 김 여사 관련 특검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채 상병 특검법'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했다. 논란이 된 사안의 핵심을 피해가거나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으며 공허한 기자회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질문에 "지금 야당도 집권 시기에 검찰 또는 경찰 수사가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것이 맞다며 늘 반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도이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니 이런 사건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서 정말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그런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거기에 대해서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거부권을 행사했던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에도 "(수사를)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다"며 "어떤 면에서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니냐.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공세'를 이유로 특검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면서도 정작 검찰이 김 여사를 한 번도 소환 조사하지 않는 부분은 설명하지 않고, 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에 별다른 반박이 없었다. .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 역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의 취지를 보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절차를 일단 지켜보고, 또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일단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수사당국에서 상세하게 수사 경과와 결과를 설명할 것인데, 그걸 보고 만약 국민들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제가 먼저 특검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절차를 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경찰로 이첩된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과정 등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핵심 쟁점은 빠뜨린 답변이어서 '맹탕'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4‧10 총선의 여당 참패 원인의 대통령 인식도 민심과 큰 괴리감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민생에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며 "정부의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만 총선 과정에서 여당 참패의 핵심 원인을 꼽힌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 논란과 소위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의혹‧양평고속도로‧김건희 여사 명품백‧김 여사 주가조작)' 등은 언급하지 않고 피해 갔다.
국정 기조 변화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바꿀 것은 바꾸겠다"면서도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변화의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더욱 소통하는 정부, 민생에 관해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기조 변화는 맞다"며 "더 세심하게 가려서 고칠 것은 고치고,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기존 국정 운영 기조를 유지할 뜻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