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금융지주들이 현지 당국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일제히 재벌그룹 여신 건전성에 우려를 언급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서 대기업 여신 포트폴리오 관련 위험을 비중 있게 다뤘다. 국내용 사업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먼저 KB금융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기준 상위 20대 기업 중 8개 기업은 금감원이 신용공여 잔액 기준으로 한국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37개 주채무계열에 속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채무계열에 속한 대기업 집단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는 46조3260억원에 달하며, 전체 익스포저의 7.0%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년 전인 2022년 말 같은 기준의 익스포저 39조5350억원(6.2%)과 비교해 금액과 비중이 모두 확대된 것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의 10대 법인 익스포저 중 3곳은 신한은행을 주채권자 은행으로 하는 회사들이고, 10대 법인 모두 금융위가 정한 주채무계열 그룹”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는 30조5210억원으로 전체 익스포저의 8.8%에 달하며, 단일 재벌그룹에 대한 익스포저 중 가장 큰 금액은 5조7840억원으로 전해졌다. 2022년 말 기준 10대 법인 익스포저 28조9400억원(8.6%)보다 늘었다.
우리금융의 경우 “기업 차주 상위 20개 중 7개가 국내 40대 재벌 계열사”라며 “40대 재벌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는 25조9180억원으로 총여신의 4.4%”라고 했다. 역시 2022년 말 기준 21조6220억원(3.9%)보다 증가했다.
금융지주들은 막대한 규모의 대기업 익스포저가 부실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전제로 기업 여신이 소수 대기업 차주에 집중돼 있어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 건전성이 무너지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중소기업까지 도미노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KB금융은 “대기업 집단에 대한 익스포저 건전성이 악화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벌들의 실적 악화는 관련 중소기업의 유동성과 재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중소기업 고객들의 상환 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도 “재벌에 대한 익스포저의 신용 건전성이 악화하는 경우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